‘V11’ 김기태는 이범호에게 ‘V12’를 진심으로 기도했다
25일 롯데전 승리 기원 시구
제자 겸 후배 감독 진심 격려
“선수단·프론트·팬 아울러…
한국시리즈까지 좋은 결실”
2024년 09월 26일(목) 16:28
김기태 전 KIA타이거즈 감독(오른쪽)이 지난 2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자이언츠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시즌 15차전에 앞서 승리 기원 시구를 진행한 뒤 마운드를 내려와 이범호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타이거즈의 열한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낸 사령탑이 시구자로 광주에 돌아왔다. 이제는 야인으로 세월의 흐름이 제법 느껴지는 얼굴과 목소리였지만 제자들을 향한 덕장의 모습은 변함없었다.

김기태 전 KIA타이거즈 감독은 지난 2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자이언츠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시즌 15차전에 앞서 승리 기원 시구자로 마운드에 올랐다.

KIA 구단은 이날 한국시리즈 출정식을 진행하기에 앞서 우승 사령탑인 김 전 감독의 기운을 받고자 이 같은 이벤트를 마련했다. 올 시즌 정규 시즌 우승을 이끈 이범호 감독의 롤 모델 중 한 명이 그의 스승인 김 전 감독이기도 하다.

김 전 감독은 이날 시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KIA타이거즈의 올해 정규 시즌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모든 팬들의 성원을 바탕으로 한국 시리즈에서도 좋은 결실을 낼 수 있도록 마음속으로 기도하고 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김 전 감독은 KIA 사령탑을 맡고 있을 때부터 일찌감치 이 감독을 사령탑감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 감독이 지난 2월 타이거즈의 11대 사령탑에 오르자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가장 먼저 축하 문자를 보낸 이로도 알려졌다.

그는 “이범호 감독이 판단력이나 팀을 장악하는 힘, 선수들과 소통 등이 뛰어나다. 팀워크를 잘 갖췄다”며 “우승은 현장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선수단과 프런트, 팬들까지 모든 부분을 잘 아울렀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저보다도 한 수 위의 감독”이라고 치켜세웠다.

우승이라는 성과를 위해서는 고비를 넘어서는 것도 중요하다. 7년 전의 KIA가 KT와 마지막 수원 원정 3연전에서 2-20의 대패를 딛고 극적인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했던 것처럼 올해도 수많은 고비를 넘어섰다.

김 전 감독은 “2017년에는 정말 힘들었다. 수원에서 마지막 3연전 첫 경기를 대패하고, 그걸 이겨냈을 때 선수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며 “올해도 부상이나 여러 어려운 여건들을 잘 넘어섰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잘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언급했다.

7년 전 한국시리즈에서 이 감독이 터트렸던 만루 홈런은 지금도 생생한 장면이다. 당시 주전 3루수로 활약했던 이 감독은 1차전에서 4차전까지 극심한 부진에 빠졌으나 5차전에서 만루 홈런을 터트리며 시리즈에 마침표를 찍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 전 감독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만루 홈런 나오고 점수 차가 많이 나겠구나 싶었는데 마지막에 어렵게 흘러갔다”며 “많은 사람들이 광주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서울에서 끝났다. 기회가 많이 없는 만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제자들과 고향 팀 후배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도 드러냈다. 시구 전부터 이미 양 팀에서 제자들이 대기실을 찾아 인사를 나눴고, 시구를 위해 마운드에 오르자 양현종과 한준수는 진한 포옹으로 스승에 대한 각별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김 전 감독은 “박찬호는 대담한 것은 있었는데 불안불안했다. 지금은 잘하고 있으니까 너무 반갑고, 부상 없이 오래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며 “김도영은 처음엔 그 정도인지 몰랐는데 굉장히 많이 늘었고 스타성도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해 활약할 수 있는 좋은 선수인 만큼 부상 없이 더 잘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