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옆 미술관 ‘양림동은 지금 전시중’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장외섹션
‘소리숲’ 주제로 12인 작가 참여
전시공간 외 빈집 등 활용 눈길
마을 자체 전시행사·파빌리온도
2024년 09월 10일(화) 17:31
지난 6일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프리뷰 일정을 위해 광주를 찾은 관람객들이 장외섹션 양림동 전시 ‘소리숲’이 펼쳐지고 있는 양림쌀롱에서 마리나 로젠펠드 작가의 소리 기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지난 주말 광주 양림동에 진기한 풍경이 펼쳐졌다. 평소 주택과 카페, 식당, 갤러리 등이 어우러져 고요한 미학을 풍기던 골목에 국내를 비롯한 외국인 관람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전시투어 중이었다. 양림동에 작업공간을 둔 작가들을 저마다 관람객을 맞이하고 작업세계를 설명하거나, 관람객들은 좁은 골목에서 작품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눴다. 목을 축이는 관람객들로 곳곳 카페는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했다.

이곳 양림동은 바로 지난 7일 개막한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장외섹션 전시장이다. 광주비엔날레는 보통 북구 용봉동에 있는 본전시관 이외에 광주 곳곳의 미술관이나 문화기관을 외부전시 공간으로 활용해왔다. 이번 행사에서는 양림동 마을 자체를 장외섹션으로 활용해 ‘소리숲’전을 준비했다. 광주비엔날레 재단이 개막과 함께 국내외 미술 관계자들을 초청하고 프리뷰 일정을 진행하면서 지난 주말 양림동은 사람들로 가득했던 것. 마을 전체를 미술관 안 전시공간으로 인식해 전개한 큐레이팅이 흥미롭다.

장외섹션 ‘소리숲’전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빈집 △옛파출소 △한부철 갤러리 △포도나무 아트스페이스 △양림문화센터 △한희원 미술관 △양림쌀롱 8곳으로 전시동선이 이어진다. 줄리안 아브라함 토가, 리디아 오라만, 전형산, 마리나 로젠펠드, 사단 아피프, 김자이, 김형숙, 안젤라 블록, 김영은, 미라 만, 손수민, 안드리우스 아루티우니안 등 12인의 참여작가들은 소리 프로젝트와 주민 참여에 기반한 다양한 협업 작업을 구현했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장외섹션 ‘소리숲’전의 전시공간 중 양림동 옛파출소에서 엿볼 수 있는 사단 아피프의 작품.
특히 빈집과 옛파출소는 양림동에서 폐허로 남아있었던 공간인데, 전시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버려진 공간을 인위적으로 개조하거나 정비하지 않고, 오랜 시간 관리되지 않은 쓸쓸하고 남루한 흔적 그 위에 작품을 펼쳤다. 정리되지 않은 옛집의 수풀, 케케묵은 먼지들, 벗겨진 벽지와 나란히 있는 작품은 그것을 감상하는 관람객의 시선과 어우러져 기묘한 느낌을 주었다.

동시에 양림동에는 주민, 예술가, 기획자들이 광주비엔날레 기간에 발맞춰 기획한 제3회 양림골목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이번 양림골목비엔날레는 양림동에서 진행되는 광주비엔날레 장외섹션 전시와 파빌리온 전시 사이사이를 잇겠다는 골자로 준비한 주제전 ‘Connecting Way’가 메인 콘텐츠다. △1912한옥(빛, 시간의 중첩) △10년후그라운드(잇다) △차고갤러리(조우하다)가 상설전시장으로 활용되고, 이 전시장 사이를 잇는 야외 골목 곳곳에도 다양한 작품이 설치됐다.
제3회 양림골목비엔날레에서 현지 작가들의 작업실을 공개하는 ‘오픈 스튜디오’전에 참여한 한부철 작가의 작업실 전경.
또 현재 양림동에서 작업하고 있는 지역작가들과 협업해 자신의 작업실을 오픈, 누구나 그들의 작품과 작업과정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일명 ‘오픈 스튜디오’전이다. 운이 좋은 작업실에서 작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얻을 수 있다.

광주비엔날레가 2018년부터 본전시와 함께 진행한 부록전시 개념의 국가관 파빌리온은 올해 광주 곳곳 갤러리, 문화기관 등지에 31개가 마련된 가운데 양림동에는 5곳이 조성됐다. △이강하미술관(오스트리아) △양림미술관(캐나다) △이이남스튜디오(폴란드) △씨움(덴마크) △펭귄마을공예거리 22동(스페인) 5개소에서 해당 국가의 동시대 미술을 엿볼 수 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