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살인' 가해자 신상공개 요청… 살인 옹호 父 댓글 '유족 분통'
2024년 09월 09일(월) 14:28
‘일본도 살인’ 유족 측 법률대리인 남언호 법무법인 빈센트 변호사가 9일 서울서부지검에서 진정서를 제출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일본도 살인’ 피해자의 유족이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9일 피해자 유족 측 법률대리인 남언호 법무법인 빈센트 변호사는 이날 오전 서울서부지검에 피고인 백모(37)씨에 대한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남 변호사는 “지난해 제정된 중대범죄신상공개법에 따르면 피의자 단계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단계에서도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충분한 증거가 존재, 공공의 이익이 있을 경우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며 유족의 뜻에 따라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유족의 상태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다. 사건에 대한 가해자의 만행이 드러났음에도 아직까지 가해자의 신상이 드러나지 않은 점에 대해 유족은 이해할 수 없다”며 “현재까지 가해자의 가족이나 친척, 가해자 측으로부터 어떠한 사과나 합의 의사도 들은 바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백씨의 정신질환 유무에 대한 진단 등 객관적으로 확인된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 지난달 2일 백씨에 대한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개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유족 측은 백씨에 대한 엄벌탄원서 9713장도 검찰에 제출했다.

남 변호사는 “엄벌탄원서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공개 모집하기 때문에 전날까지 1만여장이 넘는 탄원서가 모집됐다”며 “추가 탄원서는 추가로 취합해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족 측은 이날 오전 피고인의 부친 백모씨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고소와 관련해 서울 서부경찰서에 출석해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유가족은 지난 4일 오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백씨의 아버지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한 바 있다. 백씨의 아버지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날까지 일본도 살해 관련 뉴스 기사에 아들을 옹호하는 댓글을 작성해 피해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아들이) 자기 자신을 던지고 대의를 위해 (살인을) 했다”, “범행 동기가 국가 안위라면 상생의 차원에서 역지사지해 보자. 범행 동기가 사익이 아니라 공익이라면 국가가 그에 상응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건강한 청년이 왜 자신을 희생하고 살인했을까. 한반도 전쟁을 일으키려는 중국 스파이를 처단하기 위함이었다” 등 백씨의 망상에 동조하며 옹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씨는 지난 7월29일 오후 11시27분께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 인근에서 날 길이 75㎝의 일본도를 휘둘러 같은 아파트 주민 김모(43)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백씨는 재직 중이던 회사에서 약 3년 전 퇴사한 이후 중국 스파이가 한국에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는 망상에 빠져 피해자가 자신을 감시하는 중국 스파이라고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백씨는 법원에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다는 의사 확인서를 제출했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