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주정차 뺑소니'…"처벌 강화해야"
지난 5년간 광주서 4만7000여건
범칙금 부과는 1만8000여건 그쳐
"낮은 처벌 수위로 책임감 결여"
사고 낸 뒤 도주가 낫다…'일파만파'
"도로교통법 개정해 처벌 강화해야"
범칙금 부과는 1만8000여건 그쳐
"낮은 처벌 수위로 책임감 결여"
사고 낸 뒤 도주가 낫다…'일파만파'
"도로교통법 개정해 처벌 강화해야"
2024년 09월 08일(일) 18:35 |
주정차 뺑소니가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8일 오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B주차장. 박찬 기자 |
앞서 지난 2017년 6월 개정된 도로교통법 제156조 10호에 따라 물적피해 도주 운전자에게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주·정차 뺑소니는 끊이지 않고 있다.
8일 광주경찰이 발표한 ‘최근 5년 주·정차 뺑소니 사고 현황’에 따르면 △2019년 발생 9317건·검거 3573건 △2020년 발생 9061건·검거 3303건 △2021년 발생 9662건·검거 3789건 △2022년 발생 9620건·검거 3959건 △2023년 발생 9456건·검거 3805건으로 실제 처벌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주·정차 뺑소니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도주 운전자를 추적하더라도 실제 검거 비율이 낮을뿐더러 처벌 수위가 약해 물적피해 도주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기 쉽지 않은 점이 꼽힌다.
경찰 관계자는 “주·정차 뺑소니는 불기소가 대부분이다. 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대부분 합의를 통해 종결된다”며 “물피 도주 운전자를 잡아도 종결, 잡지 못하더라도 종결되는 케이스가 과반이라 사고를 낸 운전자의 책임감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물피도주 운전자를 잡더라도 접촉이 있었는지 몰랐다고 주장하면 처벌하긴 쉽지 않다”며 “피해 차량의 경우 파손 정도에 따라 자비 부담도 그만큼 더 들어가게 된다. 결국 피해자에게 손해를 전가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법적 허점으로 인해 일부 운전자들 사이에서 주·정차 사고를 내고도 ‘안 걸리면 좋고 걸려도 그만’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물피도주 행위는 차량의 물리적 피해가 사고라고 인식하지 못할 만큼 미미한 접촉으로 인해 발생하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사고 후 미조치’에 대한 인식이 자연스럽게 퍼지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해선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정규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물피도주의 경우 제도적 한계가 명확하다. 도로교통법 개정 후에도 가해자를 찾기 위해선 피해 차주가 스스로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하고 그럼에도 찾는 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유권해석에 따르면 물피도주 피해 차주는 CCTV 영상을 경찰 대동 없이 관할 기관에 요청할 수 있다. 다만 CCTV 영상에선 사고를 낸 차주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물피도주 혐의가 성립하기 위해선 가해자가 주·정차 차량에 사고를 낸 뒤 조치 없이 떠났다는 증거 제시가 필요한데 CCTV, 블랙박스 확인을 하더라도 접촉이 미미할 경우 상황 파악이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처벌 수준이 약해 ‘주·정차 접촉 사고를 낸 뒤 도주하는 게 낫다’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며 “법의 한계는 결국 새로운 법으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벌금과 벌점을 올리는 등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해 물피도주 발생 근절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