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나마 입은 웨딩드레스에 마음이 뭉클하네요"
저소득·다문화가정 합동결혼식
우산종합사회복지관 등 주관
4쌍 커플 미뤄왔던 백년가약 맺어
“평생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
2024년 09월 05일(목) 18:35
우리두리 작은결혼식이 5일 광주 북구 까사디루체 웨딩컨벤션에서 우산종합사회복지관과 북구청 등 공동 주최로 열린 가운데 문인 북구청장과 부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부부로 산 지 오래됐지만 늦게나마 웨딩드레스를 입을 수 있어서 너무 좋네요.”

5일 오후 3시30분께 광주 북구 문흥동 까사디루체 웨딩컨벤션 로비에는 특별한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하객들로 붐볐다.

8번째 ‘우리두리 작은결혼식’이 열린 것이다. 이번 결혼식에서는 광주 북구에 거주하는 저소득층 및 다문화 가정 중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살아온 4쌍의 커플이 백년가약을 맺었다.

부부의 연을 맺기로 약속한 지 수 년이 지난 후에야 예복을 입고 결혼식을 치르게 된 이들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웃어보였다.

예식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하객들이 하나둘 식장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식전 공연으로 리더스플루트 앙상블이 가수 비비의 ‘밤양갱’ 노래를 연주하며 결혼식 막이 올랐다.

본 예식이 시작되자 식장 입구에 조명이 켜지며 8명의 신랑과 신부는 차례대로 입장했다.

하객들은 입장하는 부부를 보며 힘찬 박수와 환호로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만감이 교차한 듯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부부도 보였다.

진정자(58)씨와 부부가 된 지 10년째인 신랑 이성권(69)씨는 “결혼식을 올리지 못해 늘 마음 한구석에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드디어 마지막 퍼즐을 맞춘 것처럼 속이 후련하다”며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을 할 수 있어 영광이다. 오늘만큼은 신혼부부처럼 즐기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들을 축하하기 위해 식장을 찾은 최선희(70) 씨는 “친동생처럼 막역했던 지인이 결혼한다고 하니 너무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행복만 가득한 결혼 생활 즐겼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7년을 함께한 다문화 가정 부부도 이날 결혼식의 주인공으로 참석했다. 신랑은 “오늘 예쁘게 단장하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부인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아내가 좋아하니 괜히 뿌듯하고 평생 기억에 남을 시간이 될 것 같다”며 “너무 많은 축하를 받아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심재섭 전 북구의회 의장은 주례사를 통해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부부로서 하나가 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서로의 동반자로서 존중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우면서 성장해 나갈 수 있길 바란다”며 “오늘 결혼을 하게 된 네 쌍 부부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여러분의 결혼 생활이 늘 행복과 사랑으로 가득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광주 북구 주최, 우산종합사회복지관의 주관으로 진행된 ‘우리두리 작은결혼식’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저소득 가정에 대한 지원을 통해 저출산에 대응하고 검소한 결혼문화를 장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결혼식은 우산종합사회복지관, 까사디루체웨딩컨벤션, 웨딩라프와, 리더스플루트앙상블, 준구스냅, 그가사랑하는순간 바이수플라워, 진도쏠비치 등 기관 및 민간 업체로 구성된 우리두리작은결혼식 추진단의 재능기부 형식으로 준비됐다.

한편 북구는 지난 2019년부터 민관 협력으로 해당 사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총 8회, 20쌍의 부부가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