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육상 레전드’ 전민재, 작심 폭로… “연맹 임원 반대로 생활 보조 출입 불가능했다”
“개인적인 감정으로 부당한 조치”
2024년 09월 05일(목) 13:18
한국 장애인 육상 국가대표팀 전민재가 5일(한국 시간) 오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육상 여자 100m T36 결선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소감을 밝히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마지막 패럴림픽 도전을 마친 ‘장애인 육상 레전드’ 전민재(47·전북장애인육상연맹)가 레이스의 여운이 채가시기도 전에 작심 폭로에 나섰다. 대한장애인육상연맹 임원의 권력 남용으로 생활 보조가 출입할 수 없어 정상적인 경기력을 유지할 수 없었다는 것.

전민재는 5일(한국 시간) 오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육상 여자 100m T36 결선에서 14초95의 기록으로 7위를 기록했다. 앞서 200m T36 결선에서는 30초76의 기록으로 5위에 올랐던 전민재는 이번 대회를 메달 없이 마무리하게 됐다.

전민재에게 이번 대회는 마지막 패럴림픽 무대로 일찌감치 예고됐다. 그는 지난해 2022 항저우 아시안 패러게임을 마치고 은퇴 기로에 섰으나 주변의 만류로 선수 생활을 연장한 바 있다.

마지막 패럴림픽 레이스를 마치고 경기장에서 나와 바닥에 주저앉은 전민재는 엄지발가락으로 메시지가 빼곡히 담긴 스마트폰을 눌러 음성으로 변환 재생했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전민재는 글이나 말을 통한 소통이 어려워 대회 출전을 마칠 때마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그는 “자나 깨나 걱정을 해주시고 ‘우리 민재 최고’를 외치며 응원해 주시던 아버지가 지금은 곁에 안 계시고 하늘에서 보고 계신다. 아버지께 메달을 선물로 드리고 싶었다”며 “마지막 패럴림픽이 될 것 같아 메달을 꼭 따 응원에 보답하고 싶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전민재는 100m와 200m 모두 결선 진출에 성공하며 여전히 경쟁력 있는 선수임을 입증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패러게임에서 충분히 메달을 노릴 수 있는 경기력이었다.

그는 “딱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패러게임까지 하려고 한다. 그때가 정말 마지막”이라며 “트랙에서 메달을 딸 수 있는 선수가 전민재라서다. 그때까지 전민재를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소감을 마친 전민재는 이내 작심 폭로에 나섰다. 장애인 육상 국가대표들이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대한장애인육상연맹이 오히려 훼방을 놨다는 비판이었다.

그는 “올해는 생활 보조가 들어올 수 없어 훈련에 불편함이 많다”며 “몇 년 동안 엄마가 생활 보조로 들어오셔서 손발이 돼 챙겨주시며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었는데 여러모로 불편함이 많아 운동에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운동선수에게는 식단이 제일 중요하다. 트레이너가 잘 챙겨주기는 했지만 식사 시간이 가장 불편했다”며 “손이 불편하고 말을 못 해 생활 보조가 누구보다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연맹 임원 한 분의 강력한 반대로 함께할 수 없었다. 내 입장에서는 너무 억울했다”고 토로했다.

특히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 형평성 또는 정당한 절차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닌 개인적인 감정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선수 본인의 의사는 묻지 않았다는 지적도 내놨다.

전민재는 “해당 임원은 개인적인 감정으로 부당하게 ‘전민재는 생활 보조가 없어도 혼자서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했다. 내 의사는 1%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사적으로 권력을 남용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4월에 익산에서 있었던 선수권대회도 생활 보조가 없어 불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국 장애인 육상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장성준 감독은 대한장애인육상연맹을 대신해 예산적인 문제가 있어 선수들에게 불편함이 있을 수 있었다는 해명을 내놨다.

장 감독은 “국가대표 선수가 많다 보니 예산적인 부분이 있었다”며 “우리 지도자들이 최선을 다해 선수에게 필요한 부분을 케어했지만 어떤 도움도 가족만큼 편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