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숨진 에어컨 설치 노동자 유족, 진상규명 촉구
지역 시민단체·유족 기자회견
광주노동청 앞 분향소 운영
2024년 09월 03일(화) 18:29
‘삼성에어컨 설치기사 20대 청년노동자 폭염 사망사고 대책회의’가 3일 광주 북구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염 속 에어컨을 설치하다 사망한 양모(27)씨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정상아 기자
폭염 속 에어컨을 설치하다가 온열질환으로 쓰러져 숨진 20대 노동자 유족들이 책임자 처벌과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유족과 지역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삼성에어컨 설치 기사 20대 청년노동자 폭염 사망사고 대책회의’는 3일 광주 북구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에어컨 설치기사 양모(27)씨가 숨진 지 3주가 지났지만 발주처인 전남교육청, 원청인 삼성전자와 삼성에어컨 설치업체의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기업과 기관은 양씨가 입사한 지 이틀 만에 숨지게 하고 열사병 증상이 발생한 후에도 약 1시간 가까이 뜨거운 햇빛에 방치했다”며 “건강했던 양씨를 마치 지병이 있는 사람으로 왜곡하고 자식을 잃은 부모의 사과 요구에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인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유가족들은 아들의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고인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있다”며 “양씨와 같은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삼성전자 등은 고인의 죽음에 공식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도 폭염 속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단체는 광주고용노동청 정문에 분향소를 설치,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앞서 지난달 13일 오후 4시40분께 에어컨 설치기사 양씨는 장성군의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에어컨을 설치하다 온열질환 증세를 호소하며 쓰러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에 의해 광주지역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약 1시간 뒤 결국 숨졌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