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날 ‘임시공휴일’ 지정… 업계 ‘기대반 우려반’
여행·유통업계, 매출 상승 효과 ‘반색’
마트 등 “해외여행 증가시엔 역효과”
기업재량 출근 근로자 ‘상대적 박탈감’
‘인력난’ 중기 “조업 차질…매출 하락”
2024년 09월 03일(화) 18:23
올해 국군의날(10월1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다. 1991년부터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된 국군의 날이 임시공휴일이 된 것은 34년 만으로, 국군의 사기 및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휴일을 늘려 내수 소비를 활성화하는 등 경제효과를 노리겠다는 취지로 결정됐다. 이에 내수 소비 진작을 기대하는 유통업계·여행업계 등 각 업계들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뉴시스
올해 국군의 날(10월1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여행·유통업계와 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업종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번 조치를 두고 여행·유통업계는 반색하는 반면, 기업재량에 따라 출근해야 하는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군의 날 임시공휴일 지정안’을 재가했다. 이번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개천절(10월 3일) 하루였던 10월 첫째주 평일 휴일이 이틀로 늘어나 징검다리 휴무가 만들어졌다. 연차를 활용하면 최장 9~12일을 쉴 수 있어 직장인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평일보다 주말·휴일 매출이 높은 유통업계와 황금연휴에 예약률이 증가하는 여행업계 등은 임시공휴일 확정을 반기며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 정부는 지난 2016년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 5~8일을 연휴로 만들어 내수 진작 효과를 거둔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유통업체들이 제출한 매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임시공휴일이었던 6일 당일 매출 실적은 백화점 1231억원, 대형마트 1010억원, 가전전문점 142억원으로 전주(4월 29일) 대비 각각 34%, 41%, 39% 증가했으며 공휴일이 아니었던 전년과 비교하면 각각 125%, 66%, 45% 늘었다.

하지만 고물가·경기침체 장기화 등으로 서민들의 가계 부담이 커지면서 이번 임시공휴일에는 뚜렷한 매출 상승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징검다리 휴무로 화요일인 10월 1일 하루만 쉬기 때문에 소비 진작 효과가 크지 않고 연차를 활용해 길게 연휴를 만들 경우 해외여행만 늘어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손이 부족해 단 하루 휴무에도 경영에 영향을 받는 중소기업 등은 임시공휴일 지정에도 직원에게 휴무를 주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먼저 유통업계는 임시공휴일 지정을 반기면서도 ‘휴일도 어떤 날인가에 따라 매출 상승 여부가 달라져 예측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같은 주말이라도 어떤 날인가에 따라 매출 상승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번 임시공휴일 지정이 마냥 ‘호재’라고 볼 수는 없다. 연차를 활용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소비자들이 많아진다면 오히려 매출이 하락할 수 있다”며 “임시공휴일은 마트에 오기보다는 휴식을 취하거나 놀러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큰 매출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휴일 매출이 평일보다 잘 나오는 대형마트 특성상 온·오프라인 쇼핑 수요가 늘면서 매출이 일부 상승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임시공휴일에 대한 매출 상승 기대감은 분명히 있다”면서도 “경기 침체 등으로 가정마다 여유자금으로 쓸 수 있는 돈에 한계가 있으니 매출이 크게 증가할지는 모르겠다. 휴일 당일 매출이 늘어도 다음날 평일 매출이 그만큼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여행업계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10월에는 연차를 활용하면 6일 이상 황금연휴를 만들 수 있는 날이 많아 여행업계의 기대감이 크다.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그 기대가 더욱 커졌다”면서도 “건설 경기 악화 등으로 인해 현재 광주·전남지역 여행 수요가 높지 않다. 연차를 쓰지 않아도 길게 쉴 수 있는 추석연휴 여행상품도 잔여석이 절반 가까이 남아있는 상태다. 일본여행 상품은 40%가 남아있다. 작년에는 여행상품 예약이 대부분 꽉 차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추석에 못간 여행, 10월에 간다’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매출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지만,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해 지난해보다 여행 수요가 감소해 확실히 예약이 늘 거라고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손이 부족한 지역 중소기업은 기대보다 우려가 큰 상황이다. 중소기업은 하루 휴무로도 생산량이나 매출액에 타격을 입거나 납기일을 맞추기 어려워져 임시공휴일 지정을 마냥 반길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기업 재량에 따라 임시공휴일에도 출근해야 하는 영세 사업장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

실제 2020년 8월 6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른 중소기업 휴무계획 조사’에 따르면 3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중소기업 절반 이상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8월 17일 휴무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생산량이나 매출액 타격 우려로 일을 쉬지 않는 기업도 많았다. 조사에 응답한 중소기업 50.3%가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17일 휴무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휴무 계획이 있는 기업은 28.7%였으며 휴무를 실시하지 않는 중소기업도 21.0%에 달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마다 경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임시공휴일 휴무 여부는 기업 재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지난 조사 결과와 같이 올해 역시 하루 휴무에도 생산량·매출액·납기일 등 타격 우려가 높은 중소기업의 경우 임시공휴일에 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