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병훈>평균의 함정 뛰어 넘는 광주 교육의 변화
박병훈 광주교육시민앰버세더·톡톡브레인심리발달연구소 대표
2024년 09월 02일(월) 18:20
박병훈 광주교육시민앰버세더·톡톡브레인심리발달연구소 대표
현대사회는 원시형 인간과 첨단형 인간이 공존하고 있다. 교육의 결과 차이라고 생각한다. 인격적 성숙을 이루어가며 성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뚤어진 사람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자신이 보내는 시간은 만난 사람과의 경험과 의미들이 기억과 삶의 공간에 차곡차곡 쌓이는 과정이다. 지난 시절 광주교육은 평균의 함정에 갇혀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이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수월성을 계발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12년 전 고등학생이었던 내 아이가 코를 씩씩 불면서 집에 왔다. 학교에서 밤이 늦도록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도서관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왔다는 것이다. 상담실에서 만난 부모들은 광주에서 자취를 감춘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의 고등학교에 자녀를 보낼 생각에 몰두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얼마 전 수능 만점을 받고 의과대학에 진학했던 학생이 여자 친구를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여자 친구가 헤어지자는 말에 분노를 참지 못해 저지른 충격적인 일이었다. 더욱 슬펐던 것은 여자 친구를 살해하는데 그가 배운 의학 지식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들은 교육이 교육 주체들의 열망을 담아내지 못한데 그 원인이 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질문하면 모른다고 대답하는 아이들이 많다. 처음에는 그렇게 대답한 아이들을 오해했다. 대답을 하기 싫어 ‘모른다’고 대답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모른다’고 대답하는 아이들이 진짜로 모른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인간은 환경으로부터 다양한 경험과 훈련을 통해 가치, 정서, 기술과 지식 등을 배운다. 인간에게 영향을 끼치는 가장 중요한 환경 가운데 한 가지가 교육환경일 것이다. 그래서 사유의 능력을 기르고 이웃을 배려하는 따뜻한 인성을 갖출 수 있는 교육이 중요하다.

다양한 실력을 갖추도록 하는 일이 교육의 본질이다. 다양한 실력이 지식의 창고만 크게 늘리는 의미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지식만 쌓고 도덕적 양심을 갖지 못한다면 큰 문제가 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도덕성과 관련해 도덕의 문제는 무엇이 진리인가를 알지 못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진리인가를 알고도 그것을 행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플라톤은 사람은 전생에서 얻은 지식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했다. 이에 반해 경험주의자인 로크는 인간은 아무것도 새겨지지 않은 석판 상태로 태어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로크의 주장은 경험과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관점이다. 기존의 우리 교육은 점수 받기 교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창의성을 희생시키는 교육 그 자체였다. 어떤 주어진 문제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정답을 찾아 좋은 점수를 맞는 것에만 몰두시키는 교육이었다. 개개인 안에 잠재되어 있는 수월성을 빛나게 하는 교육이 아니었다. 이제 평균 수명이 백세인 호모 헌드레드 시대다. 지식의 유통 기한이 매우 짧고 통용되는 공간도 제한적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지속해서 초기화시켜야 한다.

한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기르기 위해서는 그 방법론 또한 적절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 광주교육이 지향하고 있는 교육의 본질을 회복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은 적합한 선택이다. 글로벌 세계 리더 한 바퀴, 독서 교육의 활성화, 365 스터디 카페 등은 따뜻한 인성과 글로벌 마인드 함양, 디지털 환경에 맞는 인재를 양성시키는 일이다. 경험학습을 통한 교육이기도 하다. 교육은 경험의 변형을 통해 지식이 생성되는 과정이다. 콜브는 경험학습이 이루어지면 여러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다양화, 실용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론과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 수렴,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고 실제 참여를 통해 배우는 것을 즐기는 수용의 태도를 갖게 된다고 했다. 지금 광주교육의 지향성은 시대적 요구와도 맞닿아 있다. 평균의 함정과 평등적 획일성을 뛰어넘어 따뜻한 인성과 다양한 실력을 겸비한 인재상을 길러야 하는 일이 시대적 요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