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도 ‘싱크홀 주의보’… “가이드라인 마련을”
광주시, 3년7개월간 싱크홀 47건
道 ‘노후 상수관로 정비사업’ 추진
市 ‘관리도로 취약지역 지반탐사’
“상수도관 교체 명확한 규정 필요”
2024년 09월 02일(월) 18:07
지난 7월2일 광주 서구 유촌동 한 삼거리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서구가 임시 조치한 현장. 광주소방본부 제공
지난 7월2일 광주 서구 유촌동의 한 삼거리에서 발생한 싱크홀. 광주소방본부 제공
지난달 29일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도로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로 인해 차량이 빠지는 사고가 발생해 전국적 ‘싱크홀 주의보’가 일고 있는 가운데 광주와 전남에서도 예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반침하 원인 발생 1위로 뽑힌 하수관 손상에 대해선 상수도관 누수율에 따른 교체 가이드라인이 없어 지반침하 발생 위험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일 광주소방본부의 ‘지반침하 발생 현황(2021년 1월~2024년 7월)’에 따르면 지난 3년 7개월간 광주에선 47건의 싱크홀(땅 꺼짐)이 발생했다.

지반침하 원인으로는 △하수관 손상 29건 △도로 다짐(되메우기) 불량 10건 △기타 4건 △기타 매설물 손상 3건 △굴착공사 부실 1건 순으로 나타났다.

전남에서도 지난 4월17일 광양시의 한 도로에서 지름 약 2m 크기의 싱크홀이 발생하는 등 매년 지속되는 지반침하에 지역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싱크홀 발생에는 무분별한 지하 공간 개발이 주요 원인으로 뽑힌다. 특히 노후화된 상하수도관을 통해 물이 새 토사가 유실되면서 지반침하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았다.

이러한 싱크홀이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다면 대형 인명피해가 속출할 것으로 보여 지자체의 철저한 대비와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광주시는 지난 6~8월 집중호우에 따른 지반 연약화 등을 지반침하 발생 원인으로 분석했다. 이에 대책으로 ‘관리도로 사고 취약지역 지반탐사’를 통해 사전에 공동현상 존재 유·무를 확인해 사고 예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 관계자는 “같은 지역 내 반복 발생, 최근 발생 사례 중 규모가 큰 경우 등을 취약지역 선정 기준으로 삼고 관내 지반침하 취약 발생 구간에 대한 육안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광주시는 주기적으로 상수도관에 대한 진단과 정밀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교체 시기는 관 재질에 따라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상수도관에 따라 내구연한이 20년이거나 30년일 수도 있어 교체 기준도 제각각이다”며 “내구연한으로만 보면 노후관으로 분류될 상수도관이 실제로 교체 대상인지 판별하기 위해선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남도는 매년 ‘노후 상수관로 정비사업’을 추진해 누수 예방을 통한 지반침하 발생을 대비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1년에 2회 22개 시군 합동으로 도로 지반침하 등 이상 유무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싱크홀은 주로 상하수도관이 많은 인구밀집도가 높은 도심에서 발생이 잦다. 특히 광주시는 노후화된 관의 비율이 높아 관과 관을 연결하는 수도관이음이나 90도로 꺾이는 부분에서 충격을 받기 쉬운데 이때 하수관이 손상되면 지하수로 흘러간 물이 점차 늘어나 관 주변의 흙이 녹아 지면을 지탱할 힘이 사라진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면침하 발생을 막기 위해선 오래된 상하수도를 정밀히 확인하고 누수율에 따라 상수도관을 교체할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반공학 전문가인 김재홍 동신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각 지자체는 현재 관할 지역의 상하수도 노선 설계도면을 전산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오래된 도면의 경우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며 “이를 정밀하고 정확히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광주시의 경우 아파트 단지보단 설계 작업이 오래전 이뤄진 동구 등 구도심 주택단지가 특히 지면침하 발생 위험이 크다”며 “아직 누수율이 어느 정도여야 상수도관을 교체해야 한다는 관련 규정이 없어 이미 손상된 후에 교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지면침하 발생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