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계엄령 준비 의혹’ 발언… 정치권 논란 증폭
민주 “정황제보 있다…경고 차원”
국방장관 인사청문회서도 거론
야 “계엄준비 위해 사람 앉혔나”
한 “근거 제시 못하면 국기 문란”
2024년 09월 02일(월) 17:02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여야 대표회담에서 언급한 ‘계엄령 준비 의혹’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민주당이 최근 국방·안보 라인 인선과 윤석열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 발언 등을 문제 삼으며 계엄령을 준비하려는 게 아니냐는 주장을 펴자, 국민의힘이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발언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일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 정권이 얼마나 비상식적이면 계엄 선포 같은 얘기들이 나오겠냐”며 “여러 가지 의심과 정황이 있다는 것에 대해 일종의 경고 차원에서 드리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비상식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려와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정황상 확인하고 있고 관련 정황이 제보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구체적인 근거나 정황을 묻는 말에는 “공개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관련 제보가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현 정권은) 검찰권을 동원해 야당을 탄압하는 비상식적으로 정국을 운영하고 있다”며 “여기에 군이라는 물리력을 동원해서 뭘 하겠다는 0.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저희는 차단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당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천준호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실제로 계엄에 대한 검토가 있었고 준비가 됐다고 하는 게 나중에 밝혀지지 않았느냐”며 “이 정권에서도 어딘가에서는 그런 계획과 기획을 할 가능성은 매우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계엄령 의혹이 거론됐다.

민주당 등 야당은 김 후보자가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 출신이라는 것을 지적하며, “계엄 준비를 위해 가장 충성스러운 사람으로 채워놓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회 국방위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최근 수도방위사령관과 특전사령관, 방첩사령관을 한남동 공관으로 불렀다. 그 자리에서 계엄 얘기를 안했나”라고 추궁했다.

추미애 의원도 “항간에 계엄령 대비 위한 친정체제를 구축 중이고, 김 후보자도 그 일환이라는 말이 도는데 근거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다”고 쏘아붙였다.

이에 김 후보자는 “청문회는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거짓선동을 하고 정치선동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계엄령 선포 우려가 어불성설이고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한기호 의원은 “계엄령 선포는 전시 사변에 준하는 국가 혼란 상황일 때 가능하다”며 “계엄령이 발령돼도 국회에서 재적의원 과반수가 안된다고 하면 끝나는데 계속 계엄령 얘기하는 것을 보면 황당하다”고 질타했다.

한동훈 대표는 “내 귀의 도청장치와 다를 바 없다”며 역공을 폈다.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부분이 아니라 김민석 최고위원이 여러 차례 말했다. 그러면서 근거는 차차 제시하겠다고 했다. 차차가 언제냐”며 “만약 그게 사실이 아니라면 국기를 문란하게 하는 것 아니냐. 계엄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도의 거짓말이라면 국기문란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전날 여야 대표회담 모두발언에서 “최근 계엄 얘기가 자꾸 나온다”며 “종전에 만들어졌던 계엄(문건)을 보면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의원을 체포, 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가 있다. 완벽한 독재국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편 계엄령은 헌법 77조에 따라 전시·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질서유지가 필요할 때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 치안·사법권을 유지하는 조치로 국방장관과 행안장관이 건의하는 구조다. 계엄을 선포하면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통보하고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해제를 요구할 수 있다.
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