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창·김명희>동그라미 세상이야
김명희 아동문학가
2024년 08월 25일(일) 17:20
김명희 아동문학가
“우리 집 아이들은 책 읽을 시간이 없어요.” 5학년, 6학년 자녀를 둔 엄마가 어느 날 말했다.

“중학교 올라가면 책 읽을 시간이 더 없을 텐데요.” “그렇죠. 책은 꼭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아는데 내가 봐도 아이들 하는 일이 너무 많아 책 읽을 시간이 없어요. 어떻게 하면 책을 조금이라도 읽을 수 있을까요?”

아이 엄마에게 어떤 말을 해 줘야 옳은 답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요즘 나도 책만 손에 쥐었다면 5분을 넘기지 못하고 잠이 온다. 그런 내가 맘에 맞는 이들과 줌으로 함께 책 읽기를 시도했더니 두꺼운 책도 읽게 됐다.

코로나19 이후의 우리 문화 속에 등장한 줌으로 멀리 있는 사람들과 소통도 하고, 북 토크며 강의는 물론 심지어 두꺼운 책도 읽게 된 것이다. 정한 시간에 만나서 한 페이지씩 윤독하다 보니까 한 달에 한 권은 거뜬하게 읽어 나갔다. 다 읽고 나면 토론도 한다. 책을 통해 우리는 많은 대화거리도 얻을 수 있고, 많은 어휘력도 넓힐 수 있었다. 말할 때나 글을 쓸 때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책을 읽으면 뇌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 탐색과 내용 이해에 커다라게 이바지한다는 연구 논문도 있다.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루는 아이가 디지털 시대를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읽기 능력, 문해력에서 앞서야 디지털 시대의 진짜 승리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우리의 아이들이 독서를 싫어하는 이유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시간이 많아 상대적으로 독서할 시간과 의지가 부족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아이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알려줄 수 있을까? 미국이나 영국 같은 나라에는 아이들이 직접 서점에 가서 자기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르게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하는 것은 독서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 주는 가장 중요한 행위라고 했다. 무엇보다 책 읽기의 즐거움을 느끼려면 내가 읽고 싶은 책. 그리고 내 수준에 맞는 책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옳은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독서보다 게임을 더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이 무조건 책을 읽어야 하니까 읽으라고 하는 것은 독서의 진정한 즐거움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하루하루 변모된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정서도 변천사를 겪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에 맞춰 책을 읽는 습관을 들여야 하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해 본다.

‘하야시 기린이’ 쓴 ‘동그라미 세상이야’라는 그림책이 있다.

동그라미를 좋아하는 동물들이 누구보다 돋보이고 싶어서 둥글게 부풀린 머리로 우아하게 사랑스럽게 동그랗게 하려고 노력했다. 동글동글 경연대회를 열었고 동그라미의 인기는 날로 높아만 갔다. 그러자 욕심부리는 이들도 하나둘 생기기 시작한다. 바나나도 동그랗게 만들어 판매했고, 공벌레도 인기가 대단했다. 동그라미로 돈을 왕창 벌자 사람들은 무엇이든 동그랗게 만들기 시작했다. 생일, 크리스마스 밸런타인데이, 기념일, 설날, 추석에도 선물은 둥근 상자에 넣어 보내야 했다.

어느 날 곰이 언덕을 올라가다가 언덕에서 동그라미가 구르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동그라미 인기는 떼굴떼굴 굴러떨어지더니 세모들의 세상이 왔다. 이제 모두 세모를 원했다. 뾰족한 게 최고라며 좋아했다. 그런데 세모의 인기는 얼마나 갈까?

다음 차례인 네모의 발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려왔다.

이렇게 끝나는 이야기인데 그림책 속에는 변해가는 것을 너무도 쉽게 우리에게 스며드는 것을 잘 보여 준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작가는 많은데 독자가 없어 책이 잘 팔리지 않는다고 출판사마다 원성이 높다. 시대에 맞게 어떻게 하면 책을 좀 더 가까이 접할 수가 있을까를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초저녁에 산책하다가 우연이 하늘을 올려다봤는데 하늘에 반달이 떠 있었다. 하루가 지나자 조금 자기 몸을 더 부풀렸다. 점점 부풀려서 보름 후면 온전한 달이 되겠다고 하는 생각을 새삼 하면서 우리의 책 읽기가 하루에 한 페이지씩만이라도 꾸준하게 천천히 읽어 간다면 바쁜 속에서도 한 권씩 한 권씩 읽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만지는 아이들에게 종이책이 주는 능력을 스며들 수 있게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자는 말을 하고 싶다.

앞으로 줌 독서법보다 더 훌륭한 독서법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더 쉽게 하는 독서법이 노력하다 보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