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호텔화재 사망자, 첫 발인…"아빠가 미안하다" 눈물바다
2024년 08월 25일(일) 16:25
‘부천 호텔 화재’로 숨진 A(28·여)씨의 운구차량이 25일 오후 경기 부천시 부천성모병원 장례식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번 화재는 지난 22일 오후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 한 호텔에서 발생했다. A씨를 비롯해 내국인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뉴시스.
19명의 사상자를 낸 ‘부천 호텔 화재’ 사망자의 첫 발인이 눈물 속에 진행됐다.

25일 정오께 경기 부천시 부천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A(28·여)씨의 발인식에서 유족들은 가슴 속 참았던 눈물을 다시 터뜨리고 말았다.

사고 전날, 아버지 생일을 맞아 ‘아빠 생일 축하해 엄마랑 맛있는 것 먹고 잘 쉬어’라고 문자를 보낸 사랑스러운 딸을 떠올린 아버지는 영정 속에서 아무런 말도 없는 모습을 보며 끓어오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발인식이 끝난 뒤 A씨의 여동생이 언니의 영정을 들고 장례식장 밖으로 나왔다.

유족들은 관이 운구차에 옮겨지는 모습을 보며 통곡했다. 아버지는 “딸아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어머니는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아냈다.

김씨 어머니도 운구차로 옮겨지는 관을 뒤따르면서 손수건으로 입을 틀어막았으나 터져 나오는 울음소리까지 막지는 못했다.

다른 유족 10여명도 다들 말을 잇지 못한 채 흐느끼며 눈물을 삼켰다.

화재 발생 직후 A씨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5분 뒤면 숨을 못 쉴 것 같다”거나 “내 몫까지 잘 살아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A씨는 호텔에 불이 나고 20분 정도 지났을 때 엄마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구급대원들 안 올라올 거 같아. 나 죽을 거 같거든. 5분 뒤면 숨 못 쉴 거 같아…일단 끊어”라고 말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이어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듯 “일단 부탁할게. 장례식 하지 말고 내가 쓴 일기장 그런 거 다 버려”라며 유언과도 같은 말을 엄마에게 남기고 더 이상의 통화를 하지 못했다.

A씨는 호텔 객실 화장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유족들은 고인이 유학을 다녀와서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가족들을 늘 생각하는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고인의 유해는 경기 화성의 함백산추모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이번 화재는 지난 22일 오후 7시34분께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9층짜리 호텔 8층에서 발생했다.

A씨를 비롯해 20~50대 내국인 투숙객 7명이 사망했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불길이 호텔 전체로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건물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검은 연기가 치솟으면서 인명피해가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등은 전기적 요인으로 인해 이번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