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성안심귀갓길’ 55곳 지정에도 불안감 여전
원룸촌 등 범죄우려지대 설치
전단지·쓰레기에 가려 무용지물
도입 10년 넘었지만 관리 허술
홍보 안돼 시민들 존재도 몰라
전단지·쓰레기에 가려 무용지물
도입 10년 넘었지만 관리 허술
홍보 안돼 시민들 존재도 몰라
2024년 08월 20일(화) 18:27 |
지난 19일 광주 동구 산수동의 여성안심귀갓길에 설치된 방범 시설 주변에 쓰레기 봉투가 버려져 있다. 빨간색 원 안이 비상호출벨. 정상아 기자 |
안전장치 설치가 부족하고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에 상당수의 시민이 해당 제도의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 체계적인 관리·감독이 요구된다.
지난 19일 광주 서구 쌍촌동 한 여성안심귀갓길. 큰길을 벗어나 외진 골목으로 이어지는 해당 구역은 오전 시간임에도 길을 걷는 사람이 없어 으슥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한참을 걷다 보니 방범용 CCTV와 비상벨이 설치된 전봇대가 보였다. ‘방범용 카메라 CCTV 녹화 중’이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지만, 비상벨 곳곳에는 뜯어진 전단지의 잔해가 가득해 비상벨이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인근 주민 30대 서모씨는 “중학생 때 이사를 오고 계속 이곳에서 살았는데 여성안심귀갓길로 지정된 지 몰랐다”며 “비상벨은 차량이나 전단지에 가려져 있어 잘 안 보인다. 실제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비판했다.
다른 여성안심귀갓길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광주 동구 산수동 한 주택가. 여성안심귀갓길로 지정된 이곳 역시 방범용 CCTV와 비상벨이 설치된 전봇대가 보였지만 주변에 쓰레기봉투가 가득 놓여 있는 등 관리가 안 된 모습이었다.
‘CCTV 작동 중’이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지만 여성안심귀갓길임을 알리는 안내 표지판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다.
대학생 정민주(23)씨는 “여성안심귀갓길을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워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여전하다”며 “저녁 시간에는 집에 혼자 가기 무서워 친구와 통화를 하며 간다. 지난해부터 거리에서 발생하는 이상동기범죄(뚜렷하지 않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동기를 가지고 불특정 다수를 향해 벌이는 폭력적 범죄)가 많아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부터 더욱 불안하다”고 말했다.
여성안심귀갓길은 여성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를 예방하고, 안전한 지역사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원룸촌 등 범죄 우려 지역에 지정되고 있다. 해당 구역에는 방범용 CCTV를 비롯해 위급상황에 누를 수 있는 비상호출벨 안내판, 가로등 등 방범 시설물이 설치되고 경찰의 순찰이 강화되는 게 특징이다.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광주지역 여성안심귀갓길은 총 55개소(동구 7개소, 서구 7개소, 남구 11개소, 북구 17개소, 광산구 13개소)가 지정돼 있다.
해당 제도는 지난 2013년 도입을 시작으로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으나 현장 체감도는 낮다.
안내 표지판이나 CCTV, 비상호출벨 등의 방범 시설물을 통해 안전하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관리가 미흡해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은 데다 구역마다 방범 시설 설치 편차가 큰 탓에 기존 취지와 달리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다.
광주경찰은 지자체, 관할서와 협조해 점검과 안내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매년 1회씩 정기적인 점검을 통해 구역의 적합성을 판단, 여성안전귀갓길을 재지정하고 있다”며 “구역마다 범죄 취약 요소가 다르기 때문에 관할서 범죄예방진단팀이 지역에 적합한 시설물을 설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남구에서 여성 안심 귀갓길에 LED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 지자체와의 협업도 원활하게 추진 중이다”며 “시민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