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절체절명 위기의 호남정치
최권범 취재1부 선임부장
2024년 08월 19일(월) 18:23
최권범 부장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지난 18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의 대세론 속에 예상대로 이재명 후보가 85.40%이라는 역대 최고 득표율을 획득, 당 대표로 선출되며 연임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8·28 전당대회 득표율인 77.77%를 훌쩍 넘어서며 압도적인 당심을 확인했다. 이 대표의 당선은 민주당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해 온 강성 팬덤층의 열렬한 지지가 큰 힘을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의 심장부인 호남의 참여와 관심은 저조했다.

이번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는 전국 권리당원 선거인단 122만2104명 중 51만5511명이 투표에 참여해 42.18%의 투표율을 기록한 가운데 민주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권 투표율은 광주 25.29%, 전남 23.17% 등으로 모두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이는 지난 22대 총선 과정에서 보여준 공천 갈등과 여당에 대승을 거두고도 이렇다할 혁신과 쇄신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호남민심의 표출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구을)이 호남 유일의 후보임을 내세워 지도부 입성을 노렸으나 그 결과는 참담했다.

민 의원은 최종 득표율 9.05%를 기록, 총 8명의 최고위원 후보 중 7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지도부 입성이 좌절됐다. 전국적인 인지도가 높지 않은데다 호남 대표 주자임에도 전국 권리당원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호남지역에서 높은 득표율을 얻지 못한 게 패착이었다. 실제 민 의원은 광주지역 경선에서 겨우 27.77%의 득표율을 얻는 데 그쳤다. 전남에서도 21.68%라는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로써 지난 21대 이후 전남의 서삼석 의원, 광주의 송갑석 의원에 이어 3차례 연속 광주·전남 주자들의 지도부 진출이 무산됐다.

지역 출신 선출직 최고위원으로는 지난 2016년 8·29 전당대회와 2020년 8·27 전당대회에서 잇따라 지도부에 입성한 양향자 전 의원이 있다.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2015년 2·8 전당대회에서 주승용 전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수석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바 있다. 두 사례를 제외하고는 광주·전남 출신 선출직 최고위원은 전무하다.

이게 지역 정치인들의 민낯이자 현주소다. 민 의원의 탈락으로 그동안 줄곧 지적돼 왔던 지역 출신 정치인들의 낮은 인지도와 중앙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을 발산하지 못하는 호남 정치력의 한계가 다시한번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22대 총선에서 지역 정치권은 세력 및 세대교체를 이뤘지만 여전히 호남민심의 눈높이에 부응하는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한 탓이다. 여기에 총선 때마다 거세게 불어닥친 현역 물갈이 바람으로 초선 국회의원 비율이 높아져 조직 동원력이 약화된 것도 한 원인이다.

이번에도 지역 출신 최고위원을 배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이미 추락할 대로 추락한 호남정치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지역 정치인들이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뼈저린 자성과 함께 어떻게든 국회 활동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호남의 대변자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은 물론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다룰 수 있는 국가적 의제를 제시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만 호남정치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고, 지역발전도 이끌어낼 수 있다.

이재명 신임 당대표를 비롯한 새 지도부도 호남정치 복원에 힘을 실어야 할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호남의 낮은 투표율이 보여줬듯이 민주당을 향한 텃밭 민심은 싸늘하기만 하다. 민주당의 근간인 호남을 변방으로 치부해서는 정권 교체를 이뤄낼 수 없다. 돌아선 호남민심을 추스리기 위해선 당장은 신임 이 대표가 결정하는 지명직 최고위원에 호남정치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을 중용하는 게 급선무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