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애써 키운 벼 뒤 엎는 농민, 외면해선 안돼
쌀값 시장 아닌 ‘정부의지’ 중요
2024년 08월 19일(월) 17:17
정부가 올해 45만톤 규모의 쌀을 공공비축하기 위해 매입하기로 했다. 쌀 값은 본격적인 추수 전 공급량 감소에도 하락이 계속되고 있고, 농협이 보유한 10만 톤에 달하는 재고 감소 대책마저 지연되는 상황이다. 전국농민회 광주·전남연맹도 19일 영광에서 논을 갈아엎는 등 쌀 값 보장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번 정부의 매입안이 쌀값 안정과 함께 농가소득 증대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공공비축 매입물량이 가루 쌀 4만 톤과 친환경 쌀 1만 톤을 포함해 2024년산 40만 톤과 2023년산 5만 톤 등 모두 45만 톤의 ‘2024년 공공비축 시행계획’이 19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공공비축제는 양곡부족으로 인한 수급불안, 자연재해 등 식량 위기에 대비해 비축하는 제도로 도입 이후 35만 톤 내외 수준을 유지해 왔다. 매입가격은 수확기 산지쌀값을 조곡(벼) 가격으로 환산해 연말에 결정하고 매입 직후 농가에게 중간 정산금으로 포대 당 3만 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농민들은 공공비축 매입만으로는 쌀 값 하락을 막을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제시한 쌀값 안정 대책은 과잉생산된 쌀 산업의 구조를 개선할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 지역조합이 재고 부담으로 저가 판매를 지속하고, 쌀 소비가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드는 상황도 정부가 선제적으로 감안해야 할 사안이다. 전국농민회 광주·전남연맹이 영광에서 논을 갈아 엎으며 나락값 8만원 보장과 직불제 공약 즉각 이행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도 이 때문이다.

적정한 수준의 쌀값은 농민의 소득 보장과 식량 안보를 위한 필수적 요소다. 정부는 ‘선제적 수급조절’을 통해 수확기 쌀값 20만 원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전국농민회의 주장처럼 ‘쌀값을 결정하는 것은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가 아니라 정부의 의지’가 맞다. ‘10만 톤 재고’를 줄이기 위한 농협의 노력도 농업과 농민을 살리는 길이면서 농협을 농협답게 만드는 중요한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