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탕 먹는 ‘복날 풍속도’ 뒤안길…완전 종식 난항
7일부터 '개 식용 종식법' 시행
사육·판매업소 광주 30·전남 96곳
3년 유예기간 후 영업 종료해야
손실액 보상규모 정부와 큰 이견
잔여견 50만마리 처리방안 고심
2024년 08월 13일(화) 18:46
광주시내 한 보신탕집. 김양배 기자
과거 개고기를 먹으며 보양했던 ‘복날 풍속도’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채비를 마쳤지만, 완전한 개 식용 종식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 7일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 식용 종식법)’ 시행으로 개 식용이 금지됐지만 가야 할 길은 멀다는 지적이다. 50만 마리로 추산되는 전국 개 사육농장의 식용견 처리 문제와 개 사육 농장주, 도축업자, 유통업자, 음식점주 등을 위한 정부의 폐업 지원금이 업계 측이 주장하는 금액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3일 개 식용 종식 이행계획서를 제출한 개 사육 농장과 개고기 판매업소는 광주시 30개소(개 사육 농장 9곳·개고기 유통업 7곳·개고기 판매 업소14곳), 전남도 231개소(개 사육 농장 135곳·개고기 판매 업소 96곳)다.

이날 기준 전남도에서만 4만2000여마리의 개가 식용을 위해 길러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업소들은 ‘개 식용 금지법’ 공포 후 유예기간 3년이 지난 2027년 2월 7일 이전에 운영을 종료해야 한다.

하지만 개 식용 금지가 완전히 자리 잡기 위해 거쳐야 하는 첫 번째 관문인 업계 종사자들에 대한 정부의 보상 방안을 두고 양측이 내세우는 보상금 액수 차이가 클 것으로 보여 난항이 예상된다.

그간 육견협회에선 개 한 마리당 1년 수익을 40만원으로 잡고 5년간 손실액인 200만원을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는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농촌경제연구원을 통해 실시한 ‘육견업계 실태조사’에서 추산한 개 한 마리당 순수익 31만원보다 9만원 높은 금액이다.

특히 유예기간을 3년으로 정한 만큼 업계의 주장인 5년 치 손실액이 아닌 3년 치의 손실액을 보상한다면 개 한 마리당 지원금은 93만원으로 업계 요구액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자체는 유예기간 동안 조기 운영 종료하는 업주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개 식용 종식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진영 전남도 축산정책과 동물복지팀장은 “아직 농식품부에서 세부적인 지원방안이 나오지 않아 정해진 지원금은 없다”며 “현재 업계와 농식품부 간 협의가 진행 중이다. 다음달 기획재정부(기재부)에서 공식 발표할 기본계획이 나와야 구체적인 지원금 규모를 판가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 식용에 대한 도민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며 실제로 개고기 소비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 염소탕, 삼계탕 등 대체 보양식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자연스럽게 개고기 문화가 사라져가는 것도 사실”이라며 “개 식용 금지법 유예기간 동안 조기종식을 위해 빠르게 폐업한 업주에게 인센티브 지급하는 방안과 잔여견 처리 방침에 대한 용역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전국 개 식용 관련 업소 5625곳의 50여만마리의 개에 대한 처리 방안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농식품부는 동물보호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 관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각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동물보호센터의 수용률이 포화상태인 것을 고려하면 50만마리의 잔여견을 동물보호시설에 수용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일각에선 잔여견들이 도살·안락사 등에 처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는 가운데 대응 방안 마련이 주목된다.

전남도 축산정책과 관계자는 “유예기간과 그 이후에 남아 있을 잔여견에 대한 처리 대책은 아직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며 “보호센터 관리·입양 등 여러가지 방법을 모색 중이지만 이미 동물보호소들은 잔여견들을 수용할 만큼의 여럭이 안 되고 식용을 위해 길러지는 개들은 크기가 큰 대형견들이 많아 입양이 원활히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이어 “9월에 농식품부가 발표할 기본계획에 잔여견 관리·처리 해법이 포함될 것”이라며 “금액에 대한 부분은 농식품부와 기재부 간의 협의가 이뤄진 뒤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사항이라 올 연말쯤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정부는 접수된 ‘폐업에 대한 이행계획서’를 통해 전·폐업 지원액 등이 담긴 기본계획을 수립 중으로 다음달 구체적인 지원 대책이 담긴 ‘개식용종식 기본계획’을 공식 발표할 방침이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