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광복절 복권' 놓고 여야 정치권 '술렁'
민주, 환영속 친명계 “분열 노리나”
국힘 친한계 “정치행위 상의했어야”
친윤계 “대통령 고유권한 존중해야”
김경수 “사회 위해 보탬 역할 고민”
2024년 08월 13일(화) 15:58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15주기 추도식이 열린 지난5월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국 대표 페이스북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13일 광복절을 맞아 복권되면서 여야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전 지사의 복권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전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당원들과 함께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국민과 민주당을 위해 앞으로 더 큰 역할 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명(친이재명) 주류에서는 친노무현(친노)·친문재인(친문)계 적자로 불리는 김 전 지사의 복권이 야권 분란을 노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여전하다.

앞서 민주당 내 반응은 미묘하게 갈렸다.

비명(비이재명)계는 친문 핵심인 김 전 지사 복권에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친명계 일각에선 이재명 전 대표 체제를 흔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전 지사의 복권은 더 큰 민주당이 되는 기회이자 민주당 인적 자산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며 “경쟁을 통해 지지받는 분이 대선후보가 되면 국민과 함께 완전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고 환영했다.

‘이재명 일극 체제’를 비판해온 김두관 당 대표 후보도 “당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살리고,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민주당 내에서 다양한 대선 주자들이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친명계에선 김 전 지사의 복권이 ‘이재명 체제’의 균열을 바라는 여권의 노림수라며 경계하는 기류가 읽혔다.

친명계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은 지난 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지사가 억울한 면이 있어 복권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여당에선 이를 야권 분열용으로 시기에 맞춰서 쓸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경태 의원은 “복권 노력은 필요하지만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 복권을 하는 건 떨떠름하기는 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올 경우, 복권한 김 전 지사의 행보가 당내 역학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김 전 지사는 복권으로 2027년 대선 출마 길이 열렸다.

김 전 지사는 현재 독일 에버트재단 초청으로 베를린에서 6개월 일정의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오는 11월 말이나 12월 초 귀국할 예정이다.

김 전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우리 사회를 위해 보탬이 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잘 고민하겠다”며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더 성찰하는 시간을 보내겠다. 복권을 반대했던 분들의 비판에 담긴 뜻도 잘 헤아리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에선 정면 충돌 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둘러싸고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친윤석열)계간 심각한 이견이 노출됐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당 중진 의원들과 오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알려진 바와 같이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을 것 같다”며 결정된 것이기에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한 대표 측근 그룹에선 대통령실을 겨냥한 수위 높은 발언이 이어졌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왜 이런 판단이 내려졌는지에 대해서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치적 행위에 대해서는 여당과 상의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상수 대변인은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어제 우리 당 4선 의원들이 거의 한목소리로 복권에 대해서 반대 목소리를 냈고, 우리 당 게시판에는 6000개가 넘는 복권 반대의 글이 지금 쓰여지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반면 친윤계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맞섰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사면은 대통령의 통치 행위 속에 있는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그 결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