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상징' DJ 동교동 사저 매각 "허탈·분노"
지역 정치권, 비난 목소리 확산
“정치역사 깃든 곳…보존대책을”
김홍걸 "사실상 민간기념관" 해명
김대중재단 등 재구매 방안 논의
“정치역사 깃든 곳…보존대책을”
김홍걸 "사실상 민간기념관" 해명
김대중재단 등 재구매 방안 논의
2024년 08월 08일(목) 16:56 |
전병헌 새로운미래 대표와 당원들이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현장 책임위원회의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새로운미래 제공 |
8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가 수 년 전부터 소유권 분쟁과 매각 위기에 몰린 끝에 지난달 초 모 사업가에게 100억원에 팔렸다. 매수인 측은 커피프랜차이즈 업체 대표로, 사저 앞 유휴부지까지 임대해 관련 사업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교동 사저는 5·16군사쿠데타가 일어난 1961년 김 전 대통령이 입주 한 이후 서거할 때까지 머물던 곳으로, 독재정권의 가택연금과 사형 선고를 견디며 투쟁한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부인 이희호 여사는 2019년 별세하면서 동교동 사저에 대해 ‘사저를 김대중·이희호 기념관으로 사용하되 지자체 및 후원자가 매입해 기념관으로 사용하면 보상금 3분의 1은 김대중기념사업회에 기부하고 나머지는 김홍일·홍업·홍걸 3형제가 균등하게 나누라’고 유언을 남긴 바 있다.
사저 매각 소식이 알려지면서 광주·전남 정가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광주 유일 국민의힘 소속으로 자신을 김대중재단 후원자라고 밝힌 김용임 의원은 “여야를 떠나 ‘김대중 정신’은 모든 정치인들이 본받아야할 표상인데, 작금의 현실이 너무 슬프다”며 “민주당 중진들이 김홍걸 의원에게 ‘알아서 하라’고 했다는데, 조금 더 깊은 논의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본다. 단순한 집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치 역사가 깃든 곳이 아닌가. 보존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병훈 전 국회의원은 “‘근현대문화유산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우선 국가유산청이 사저를 근현대 문화유산으로 등록하면 서울시 등 관련기관이 개발 행위를 유보하고, 이후 국가 또는 서울시가 해당 부지와 건물을 재매입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전남도의회는 지난 7일 입장문을 내고 “이승만, 박정희, 최규하 대통령의 가옥이 이미 국가등록 문화재로 지정된 선례를 보아 동교동 김대중 대통령 사저가 등록되지 못할 이유도 없다”며 “국가 차원에서 이를 매입해 이희호 여사의 유지대로 김대중·이희호 기념관으로 조성 보존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논란에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를 통해 “매입자는 건물의 낡은 부분을 새단장해 두 분 어른께서 계셨던 공간을 그대로 보존해주겠다고 했다”며 “사실상 민간 기념관이 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정치권이 사전에 사저 매각 사실을 알고도 연락하지 않았다”며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에게 사정을 간단히 말씀드렸을 때도 ‘알아서 잘 정리하라’는 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한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당 의원과 문희상 전 국회의장, 김대중재단의 권노갑 이사장과 배기선 사무총장, 정동영·추미애·김민석 의원은 지난 2일 긴급 모임을 열고 사저를 되사들이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지현·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