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급감…애물단지 전락한 ‘공중전화 부스’
관리 소홀·방치…범죄 악용도
전기통신법 따라 철거 어려워
“새로운 역할 수행 노력할 것”
전기통신법 따라 철거 어려워
“새로운 역할 수행 노력할 것”
2024년 08월 07일(수) 18:11 |
7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공중전화 부스 주위로 종이박스와 쓰레기봉투 등 각종 폐기물이 쌓여 있다. 윤준명 기자 |
7일 KT링커스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광주와 전남지역에는 각각 900여대와 1200여대의 공중전화 부스가 설치돼 있다. 부스의 개수가 가장 많았던 지난 2001년 당시 광주에 4800여대, 전남에 8100여대가 설치돼 있던 것을 고려하면 광주·전남 모두 80% 이상 급감한 수치다.
10여년 전부터 스마트폰 보급 활성화 등에 따라 공중전화의 이용률이 지속 감소하고 있어 그나마 남아있는 공중전화 부스도 도심 속 애물단지로 전락해 방치되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찾은 광주 동구 광산동의 한 공중전화 부스. 부스 주변으로 청소도구함 등 각종 적치물이 쌓여있고 부스 위에는 나무판자와 빗자루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공중전화는 작동조차 하지 않았다.
7일 오전 찾은 서구 치평동의 공중전화 부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부스 주위는 인근 상가에서 내놓은 종이상자와 쓰레기봉투 등 각종 폐기물로 둘러싸여 있었다. 부스 내부 역시 오랫동안 인적이 끊긴 듯 거미줄이 쳐져 있어 관리가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시민들의 공중전화 이용이 드물어진 탓에 부스를 범죄 도구로 악용하는 사례도 꾸준히 적발되고 있다.
지난 1월 대구에서는 공중전화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위해하겠다고 예고한 60대 남성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지난 5월 인천에서는 공중전화 부스에 마약을 은닉하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거래한 혐의를 받던 60대가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렇듯 공중전화의 실효성은 날이 갈수록 떨어져 방치되고 있지만, 공중전화를 완전히 철거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전기통신사업법과 시행령 등에 따르면 공중전화는 지진이나 화재 등 긴급상황 시 공공서비스로서의 가치가 있어 국민 통신권 보장 등의 이유로 전기통신사업자가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할 보편적 역무로 규정된다.
일부 시민들은 일부 공중전화 부스가 창고 및 쓰레기 투기, 흡연 장소 등으로 악용되고 있어 도심 슬럼화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송유한(23)씨는 “휴대전화가 없던 초등생 이후 공중전화를 사용한 적이 없어 공중전화 존치의 필요성에 의문이 든다”며 “집 근처 공중전화도 일부 상인들이 폐기물을 내놓거나 내부에 적치물 등을 쌓아놔 미관을 해치고 있다. 식당가 인근 공중전화 부스에서는 내부에서 흡연하거나 담배꽁초를 무단 투기하는 경우도 자주 봤다”고 말했다.
7일 오전 광주 서구 유촌동의 한 공중전화 부스에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윤준명 기자 |
광주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관할부서를 중심으로 공중전화 부스 주변을 비롯한 관할구역 환경 정비에 힘쓰고 있다”며 “공중전화 부스가 각종 적치물 등에 뒤덮여 방치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공중전화 관리업체 KT 링커스 측은 공중전화 부스를 변화시켜 시민 편의 제공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KT링커스 관계자는 “시민들의 긴급통신권 보장을 위해 거리 등을 고려해서 공중전화 개수를 적절히 유지하고 있다”며 “이번 여름 장마철 광주·전남지역에 빈번했던 낙뢰로 인해 일부 기기 결함이 생겨 순차적으로 수리하는 중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중전화 부스에 ATM·전기차 충전·전기이륜차 공유 배터리 스테이션·공기질 측정·휴대전화 배터리 대여·환전·CPR체험 등 다양한 기능을 도입하고 있다”며 “공중전화가 가지고 있는 위치·장소적 장점을 활용해 시민 편의 제공과 환경개선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공중전화 부스가 새로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