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터진 전기차에 차주도 이웃도 불안
인천 청라 주변차량 40여대 전소
천장 구조물 휘고 단수·단전
안전 우려에 지상 주차 권고
“화재 예방 위한 안전 규제 필요”
2024년 08월 05일(월) 18:28
최근 아파트 등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충전 도중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광주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충전하고 있는 차량. 김양배 기자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이후 전기차의 안전성을 두고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광주에서도 일부 아파트에서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진입을 막거나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민들의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에서 시작된 불이 주변으로 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화재로 주민 20여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옮겨지고 차량 40여대가 전소, 100여대가 연기에 그을리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화재의 경우 전기 충전 중이나 주행 중 불이 난 것이 아니라, 지하 주차장에 장시간 주차된 상황에서 일어난 것으로 시민들의 우려가 더욱 커지는 중이다. 화재 당시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주민이 주차장에서 연기가 발생한다고 119에 신고했으며,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전기차에서 먼저 연기가 뿜어져 나오다가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는 모습이 담겼다.

최근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화재 사고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는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4건, 2023년 72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내연기관차 1만대당 화재 발생 건수는 2.2건에서 1.9건으로 감소했으나, 같은 기간 전기차 화재는 0.4건에서 1.3건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상황에 전기차를 운행 중인 차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광주에서 전기차로 출퇴근을 하고 있는 서모(33)씨는 “최근 불이난 차와 차종이 다르지만 현재 타고 있는 차 역시도 언제 불이 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며 “연비가 낮고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을 보고 구매했는데 최근 화재로 인해 전기차에 대한 주변 인식이 너무 안좋아져 충전을 하거나 주행을 하는 중에도 눈치가 보일 정도다”고 말했다.

전기차의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은 비단 차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부에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되는 경우가 많아 지역 주민들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광주 서구에 거주 중인 최하연(34)씨는 “거주 중인 아파트가 화재가 발생한 청라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지하에 전기차 충전소가 있는 데다가 전기차 화재에 대한 내연 설비가 안돼 있기 때문에 걱정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언제 불이 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전기차를 볼 때마다 흠칫하곤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미 아파트에서는 전기차는 지하가 아닌 지상에 주차하라고 공지가 된 상황이다. 하지만 충전소가 지하에 있어 차주들 역시 불편함을 감소해야 하기 때문에 얼마나 지켜질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미 지자체에서는 전기차를 지상주차장에 주차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떨어지는 실정이다. 친환경자동차법은 100가구 이상인 아파트에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지상·지하를 구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 최근에는 지상주차장을 갖추지 않은 신축 아파트가 많을 뿐더러 전기차의 지하주차를 금지하면 주민 간 갈등이 심화되고 전기차 보급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증가하고 있는 전기차에 대한 안전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기차에 내장된 리튬배터리에 불이 나면 유독가스가 발생하고,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열폭주’ 현상으로 화재 진압이 어려워 인명 피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광주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나면 진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크다. 전기차 화재는 분말소화기 대신 차량을 통째로 담글 수 있는 이동형 소화수조 등 대형 장비를 통해 진화할 수 있는데, 지하주차장에는 장비 반입이 쉽지 않은 탓이다”며 “초반 주차장 설계부터 전기차 주차 구역을 확실히 한 뒤 그 위에 대용량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셔터 등 차단 시스템과 배기 시스템을 개선해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