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인파 피해서"…도심 내 이색 피서지 '눈길'
관공서·도서관·미술관 등 '북적'
"피서지 물가·숙박·교통비 부담"
10명 중 6명 휴가철 여행 안가
"피서지 물가·숙박·교통비 부담"
10명 중 6명 휴가철 여행 안가
2024년 08월 01일(목) 18:44 |
연일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알뜰 피서객들이 도심 속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 광주 서구 맛고을어린이공원에서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화사워터플레이’에서 워터슬라이드 등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사진 위) 학생과 시민들이 시원한 광주 동구 중앙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다. 김양배 윤준명 기자 |
최고 기온 34도의 찜통더위가 이어진 1일 오전 10시께 광주시청 1층 로비의 시민편의공간.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찜통더위에 더위를 피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영상 시청과 독서를 하거나 지인들과 수다를 떨며 잠시 더위를 잊는 듯한 모습이었다.
대학생 이효린(22)씨는 “최근 SNS를 통해 광주시청에서 시민편의공간이 운영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방학 중 어학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인터넷 강의를 들으러 시청을 찾았다”며 “광주에도 도심 관공서에 더위를 피하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좋다. 무료로 공간을 이용할 수 있고 쾌적하고 조용해서 앞으로도 자주 찾아올 것 같다”고 말했다.
로비 옆에 위치한 무인카페도 인기를 끌었다. 시청 직원들과 시민들은 냉음료를 구매하기 위해 텀블러와 공유 플라스틱 컵 등을 들고 길게 줄을 지었다.
직장인 김시현(26)씨는 “시중보다 훨씬 싼 1000원대의 가격에 음료를 구매할 수 있어 카페 대신 시청 로비를 찾았다. 노트북으로 영화를 시청하며 휴식을 취할 생각이다”며 “사회초년생이라 주요 피서지 물가와 숙박비·교통비 등이 부담된다. 올해는 집 근처에서 지인과 모임을 가지며 휴가를 보낼 계획이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동구 동명동 중앙도서관. 점심식사를 마친 이용객들이 하나둘씩 빈자리를 채웠다.
이용객들은 에어컨 앞에서 밀린 독서를 하거나 공부를 하며 더위를 식혔고 한편에 마련된 간이 소파에 누워 낮잠을 자는 이들도 있었다.
취업 준비생 이현우(28)씨는 “원래 집에서 시험 공부를 하는 편인데, 요즘 날씨가 너무 더워져 더위를 식히려 도서관을 찾았다”며 “새로운 장소에서 공부하니 기분 전환도 되고 시원하고 쾌적해 능률도 높은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오후 3시께 찾은 동구 광산동 아시아문화전당(ACC)도 각종 전시를 보러온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특히 여러 체험·전시들 중 지난 7월16일 오픈한 ‘피카소 도예’ 무료 전시가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각자 연인, 가족, 친구와 손을 잡고 찾아온 관람객들은 작품 감상과 기념사진 촬영에 여념 없는 모습이었다.
차래향(50)씨는 “자녀가 수험생이라 올해는 피서 인파를 피해 도심에서 소소하게 피서를 즐기기로 했다. 오전에는 자녀와 영화를 보고 왔다”며 “도예에 관심이 많아 지인의 추천으로 ACC를 찾았는데 좋은 작품들이 많아 흥미롭게 감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ACC에 도예 전시 외에도 양질의 작품 전시·공연·강의가 많고 즐길거리도 풍부하다”며 “인근 전일빌딩의 만화·웹툰 특성화 도서관 등 구도심 지역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피서지가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29일 롯데멤버스가 발표한 성인 2000명 대상 여름휴가 계획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64.4%가 여름휴가 기간에 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들 중 36.6%는 휴가 자체를 내지 않겠다고 했고, 27.8%는 휴가는 내지만 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답했다. 휴가를 내고 여행을 다녀오겠다는 답변은 35.7%였다. 휴가는 내도 여행은 가지 않겠다는 답변자 중 39.8%는 휴가 기간 집에서 TV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시청한다고 했다. 36.2%는 친구·지인과 만남을, 21.8%는 뮤지컬·콘서트 등 문화생활을, 11.7%는 고향 방문을 하겠다고 응답했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