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 민주당 호남 대표 최고위원'…텃밭서 불씨 살리나
순회경선 반환점…민형배 득표율 ‘6%’
박지원·김원이 '민 구하기' 한 목소리
지역정가 "호남 정치 복원 힘 모아야"
민 "41만 호남 표심으로 반전 만들 것"
2024년 08월 01일(목) 18:22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민형배 의원이 광주시의회에서 호남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민형배 의원실 제공
8·18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최고위원 호남 대표 후보’ 민형배(광주 광산을) 의원이 좀처럼 득표 밑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광주·전남 의원들은 호남 정치 복원을 외치며 일명 ‘민 의원 구하기’에 나섰고, 민 의원은 “호남권 투표를 통해 반전을 마련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1일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당은 지난달 20일 제주·인천을 시작으로, 매주 토·일요일마다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국 순회 경선’을 치르고 있다. 지금까지 강원·경북·대구, 울산·부산·경남, 충남·충북이 완료됐다. 앞으로 남은 경선은 전북(3일), 광주·전남(4일), 경기(10일), 대전·세종(11일), 서울(17일)이다.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압도적 선두’를 달리면서, 당원들의 눈길은 자연스레 최고위원으로 향하고 있다. 5명이 당선되는 최고위원 자리에는 현재 8명의 후보가 출마, 누적 득표율 △정봉주 19.03% △김민석 17.16% △김병주 14.31% △전현희 13.20% △이언주 12.15% △한준호 12.06% △강선우 6.10% △민형배 5.99%(득표순)을 보였다.

지역에선 민 의원의 열세에 사뭇 당황하는 눈치다. 검찰 수사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데다, 당을 위해 탈당까지 감행했던 터다. 특히 지난 21대 국회서 호남 대표로 나섰던 한병도·서삼석·송갑석 의원의 석패 이후 또다시 탈락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지역 정가에서도 민 의원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광주 한 기초의원은 “민 의원이 광주시당위원장도 마다한 데다, 1차 경선을 통해 전북 이성윤 의원을 제친 만큼 지금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송갑석 전 의원이 2년 전 전당대회서 광주 22%·전남 14%의 득표율에 그친 만큼 그 이상의 득표율이 필요하다. 지역 정치인의 당 집행부 입성을 위해 ‘호남 합심’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민형배 후보 지원을 위해 유튜브 ‘매불쇼’에 나선 박지원(왼쪽) 의원. 유튜브 매불쇼 갈무리
호남은 과거부터 ‘지역 인사의 당 지도부 입성이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지난 6년간 세 차례의 전당대회에서 모두 최고위원을 배출하지 못했다. 이에 광주·전남 중진 의원들은 연일 지지를 표명하며 ‘민형배 구하기’에 나섰다.

김원이(목포) 의원은 최근 SNS를 통해 “검찰 개혁을 완성하고,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을 끝장내고, 정권을 되찾기 위해 민 후보를 지지해 주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최다선·최고령 박지원(해남·완도·진도) 의원은 지난달 31일 지역 의원들을 모아 ‘호남 정치 복원 회동’을 개최하기도 했다. 18명의 의원 대다수가 참석한 이날 회동에서는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민 의원을 전폭 지지하기로 뜻을 모았다.

전날에는 유튜브 ‘팟빵 매불쇼’에 민 의원과 동반 출연해 “민 의원은 ‘검수완박’ 당시 기획 탈당을 하는 등 검찰 개혁에 앞장섰다”며 “호남의 4번째 (최고위원) 도전이다. 이번에는 꼭 당 지도부에 호남 출신이 들어가야 한다”고 지지 결집에 앞장섰다.

전남 정가 관계자 또한 “민주당의 심장부인 호남에서 최고위원이 나오지 않는다면, 현재 정치적 흐름으로는 호남 소외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정치인으로서의 개인적 입지를 떠나 호남 정치 복원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호남표 결집으로 민 의원이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실제 호남에는 △광주 10만4095명 △전남 15만7229명 △전북 15만2551명 등 전국 당원 123만명 중 33%에 달하는 41만 선거인이 있다.

이에 민 의원은 31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당원들에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까지 권리당원 투표인단의 23%만 투표했고, 호남에서 20% 이상 지지를 받으면 충분히 흐름을 바꿀 수 있다”며 “최고위원 후보 중 비수도권 후보는 저 한 명뿐이다. 지역을 챙기고 소통할 최고위원 후보에 많은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지역 순회 경선 뒤 18일 전국당원대회에서 당대표 1명과 최고위원 5명을 선출한다. 본경선은 대의원 14%, 권리당원 56%, 국민 여론조사 30%를 합산해 결정한다.
오지현·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