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위 박정우·타석의 권휘… 30실점·24점 차가 낳은 이색 풍경
박정우, 9회초 구원 등판… 1이닝 퍼펙트
9회말에는 타자 박정우·투수 권휘로 승부
2024년 07월 31일(수) 23:27
KIA타이거즈 외야수 박정우가 3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베어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시즌 14차전 9회초 구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KIA타이거즈 외야수 박정우가 마운드에 올랐고, 두산베어스 투수 권휘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다음 이닝에는 두 선수가 본연의 자리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30실점, 24점 차의 경기가 낳은 이색 풍경이었다.

KIA는 3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과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시즌 14차전에서 6-30으로 참패했다. 이날 패배로 KIA는 두산과 주중 3연전에서 2연패로 루징 시리즈를 확정 지었고, 올 시즌 60승 2무 40패(승률 0.600)에 그치며 다시 6할 승률 붕괴 위기에 놓였다.

KIA는 7회초 이미 KBO 리그 역사상 최다인 30실점을 달성했다. 선발 투수 김도현이 6실점으로 스타트를 끊었고 김기훈이 3실점, 최지민이 5실점, 이준영이 4실점(3자책점), 김현수가 7실점, 김대유가 5실점을 더했다. 7회까지 무실점을 기록한 투수는 곽도규(1이닝)가 유일했다.

여덟 번째 투수로 장현식이 8회초 마운드에 올라 2피안타에도 무실점 했으나 더 이상 활용 가능한 불펜 자원이 없었다. 최근 마무리로 쓰고 있는 전상현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 전날 경기에서 19구를 던지며 난조를 보인 임기영은 휴식이 필요했다.

결국 9회초 외야수 박정우가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KIA에서 야수가 마운드에 오른 것은 맷 윌리엄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21시즌 황윤호(1경기 0.2이닝)와 최정용(1경기 0.1이닝) 이후 3년 만이었다.

박정우는 투수 데뷔전에서 침착하게 공을 뿌렸다. 직구 밖에 구사할 수 없지만 첫 타자 김재환을 상대로 2루수 땅볼을 유도했고, 두 번째 타자인 강승호를 풀카운트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두산에서는 투수 권휘가 타석에 들어섰다. 이미 지명타자가 소멸됐고, 대타 자원들이 있긴 했지만 권휘를 9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리려는 이승엽 감독의 구상이었다.

이미 강타자인 김재환과 강승호 상대로 아웃 카운트 두 개를 잡은 박정우는 자신감 있게 투구를 펼쳤다. 먼저 볼 두 개를 던졌지만 세 차례 연속 헛스윙을 유도하며 1이닝을 퍼펙트로 마무리했다.

공교롭게도 박정우는 이날 KIA에서 유일하게 삼자범퇴를 만든 투수가 됐다. KIA는 1회부터 8회까지 단 한차례도 안타를 맞지 않거나 볼넷을 내주지 않은 이닝이 없었다. 박정우는 총 13구를 던졌고, 최고 구속은 135㎞를 찍었다.

그리고 9회말, 공수 교대와 함께 다시 이색적인 장면이 나왔다. 직전에 서로를 상대했던 박정우와 권휘가 자리를 맞바꿨다. 이번에는 박정우가 타석, 권휘가 마운드에 섰다. 박정우는 권휘를 상대로 초구를 공략했으나 중견수 플라이가 되며 아쉬움을 삼켰다. 그리고 경기는 더 이상의 소득 없이 종료됐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