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서 음주운전 측정 피하려다 교통사고 잇따라
함평 1명 사망·나주 3명 부상
음주단속 강화에도 편법 기승
경찰 폭행·2차 사고 유발 ‘위험’
“운전자 법적 처벌 경각심 가져야”
"운전자 법적 처벌 경각심 가져야"
2024년 07월 31일(수) 18:37
함평군 학교면 죽정리 농공단지 인근 도로에서 A(58)씨가 몰던 SUV가 마을 표지석을 들이받고 불이 난 현장을 소방당국이 수습하고 있다. 함평소방서 제공
전남지역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피해 도주하던 운전자들로 인한 인명피해 교통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경찰의 음주 측정을 거부하거나 꼼수를 부려 처벌을 회피하려는 운전자들이 늘어나면서 2차 사고에 대한 불안이 늘고 있다.

31일 함평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2시4분께 함평군 학교면 죽정리에서 SUV가 마을 표지석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SUV에서 불이 나 전소됐으며 A씨는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나주에서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검문하려고 하자 도주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0일 오후 9시24분께 나주 성북동의 한 도로에서 음주 상태의 운전자 A(68)씨가 몰던 SUV 차량이 경찰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나주 소방서 제공
앞선 지난 30일 오후 9시24분께 나주시 성북동 사거리에서는 음주단속을 피해 도주하던 SUV가 경찰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 B(68)씨는 음주 운전 단속 현장을 보고 달아나다 앞을 가로막은 경찰차의 조수석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경찰차에 타고 있던 경찰관 1명이 다리를 다쳤고, B씨와 동승자 C씨도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음주 측정 결과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치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B씨를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할 방침이다.

현행도로교통법상 혈중알코올농도가 0.2% 이상이면 2~5년 징역형 또는 1000~2000만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반면 경찰의 음주 측정에 불응한 경우 1~5년 징역형 또는 500~20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될 수 있다. 만취 상태일 경우 음주 측정 거부 형량의 하한선은 음주운전보다 더 낮은 것이다.

이런 한계점이 알려지면서 처벌을 피하고자 전국적으로 음주 측정을 거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2차 사고를 내고 현장을 이탈하거나 음주 흔적을 없애기 위해 술을 마시는 등의 꼼수를 부리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교통사고 등으로 음주운전이 들통날 상황에 놓이면 술을 마셔 경찰의 측정에 혼선을 주기 위해 추가 음주하는 편법 행위도 생겨났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으로 확인돼야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음주 측정을 거부하는 경우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정규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전국적으로 나쁜 선례를 참고해 음주 측정을 거부하거나 사고를 내고 현장을 이탈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법의 허점을 악용해 처벌을 피하려는 운전자가 많지만, 결과적으로 법적 처벌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운전자들은 음주 측정 불응으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에서는 음주 측정 거부 및 도주 등 음주운전자를 처벌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6월10일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교통사고 등으로 음주운전이 들통날 상황에 놓이면 급하게 술을 찾아 마셔 경찰의 측정에 혼선을 주는 편법행위인 ‘술 타기’의 처벌 규정을 신설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신영대 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18일 대표 발의한 개정안 역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한 후 음주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추가 음주하는 행위를 명확히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