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유 원유가격 동결… 소비자·낙농가 '희비'
음용유 1084원·가공유 882원 확정
우유 가공식품 줄인상 우려 줄어
작년 8.8%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
낙농가 “사료비 등 올라 어려움”
2024년 07월 31일(수) 17:02
올해 원유(原乳) 가격이 동결·인하된 가운데 원윳값 상승에 따른 우유 관련 가공식품 가격 줄인상을 뜻하는 이른바 ‘밀크플레이션’ 우려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유 사용량이 높은 일부 자영업자·소비자들과 원유를 생산하는 낙농가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유가공업체가 낙농가로부터 사들이는 원유(原乳) 가격이 동결됐다.

원윳값 동결은 지난 2020년 이후 4년 만으로, 원윳값 상승에 따른 우유 관련 가공식품 가격 줄인상을 뜻하는 이른바 ‘밀크플레이션’ 우려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유 사용량이 높은 일부 자영업자·소비자들과 원유를 생산하는 낙농가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3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지난 30일 고물가 속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원유 가격을 용도별로 동결·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우유 발효유 등 마시는 용도의 음용유 가격은 지난해와 같은 리터(ℓ)당 1084원이며 치즈·분유 등에 쓰이는 가공유 원유 가격은 ℓ당 5원 내린 882원으로 확정됐다. 조정된 가격은 8월 1일부터 적용된다.

생산비, 원유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하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낙농업계와 물가 상승 영향으로 동결을 주장해 온 유업계의 입장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았지만, 소비자 물가 부담 등을 고려해 14차 협상에서 올해는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실제 지난해 낙농진흥회는 음용유 기본 가격을 ℓ당 88원 올린 1084원, 가공유용 원유 기본가격은 87원 올린 887원으로 결정했다. 당시 원윳값 인상률은 8.8%로 2013년 원유가격 연동제 도입 이후 두 번째로 높았다. 이에 우유 소비자물가지수도 덩달아 상승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서도 지난해 우유 소비자물가지수는 118.13(2020년=100)으로 전년 대비 9.9% 올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19.1%)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다. 지난달 기준 우유 소비자물가지수도 123.19로 전년 동월(116.56) 대비 5.9% 상승했다. 이어 발효유(12.5%), 치즈(19.5%), 아이스크림(10.8%) 등 유제품도 모두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해 원윳값 인상률은 8.8%로 2013년 원유가격 연동제 도입 이후 두 번째로 높았다.

이에 우유를 주로 사용하는 카페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원윳값 동결 소식을 반기고 있다.

광주 동구에서 10년째 카페를 운영 중인 김수경(50)씨는 “물가는 계속 상승하니 원유 가격도 매년 오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번에도 어느 정도 인상을 예상했는데 동결됐다는 소식을 들으니 안심이 된다”며 “경기침체도 심각한데 재료비는 계속해서 오르니 자영업자들에게는 재료 가격 상승 하나하나가 큰 부담이다. 식재료 가격 등 물가가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내년도 원윳값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소규모 카페 사장 이지희(62)씨는 “원윳값이 동결된 건 정말 다행이다”면서도 “올해는 그냥 넘어가지만 내년에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 자영업자들은 재료비 및 공공요금 상승 등의 문제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이어 “지난해 우윳값이 많이 올라서 재료비 부담이 컸다. 우유가 들어가는 ‘라떼’ 등을 자주 찾는 겨울에는 재료비가 훨씬 더 많이 들어간다. 우유·원두 등 식자재비가 전체적으로 폭등하고 있는데, 동네 장사 특성상 메뉴 가격을 올리지 못해 사실상 매출이 하락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덧붙였다.

반면 낙농업계 한 관계자는 사료비 등 제반 비용 상승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사료비·공공요금 등 제반 비용이 전체적으로 크게 상승했다. 전기료가 오른 것이 가장 영향이 큰 듯하다”며 “700평 농가 기준 선풍기 가동 등 전체 운영에 들어가는 전기료를 계산했을 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 달에 100만원 초반이 나왔다면, 지금은 200만원이 넘게 나온다.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을 제외하고 나면 전체 매출의 20% 정도가 이윤으로 남는 꼴이다. 일부 농가 주인은 농장 운영 외 부업을 해 생활을 유지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해당 관계자는 “한국의 우유 자급률은 해가 지날수록 줄어들고 있다. 해외 멸균 우유 수입이 늘어나는 등 변동이 큰 상황인 건 이해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자급률을 높이고 국내 시장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수급 안정을 되찾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급한 상황을 막는 데만 급급한 느낌이다. 이대로는 낙농 농가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