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개원 두달 ‘강대강 대치’에 정치·민생 실종
여야 합의 통한 처리 법안 ‘전무’
법안 강행 처리→거부권 ‘반복’
민주 상정하면 여당 필리버스터
‘차기 대선때까지 계속’ 전망도
2024년 07월 31일(수) 15:14
제22대 국회가 여야 대립으로 평행선을 유지하며 개원식마저 연기되는 등 정국이 급랭하고 있는 7월7일 국회에서 제22대 국회 개원을 축하하는 대형 현수막이 철거되고 있다. 뉴시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정치와 민생이 실종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거대야당이 법안을 강행 처리하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다시 국회로 돌아오고, 재의결 절차를 거쳐 폐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여야 합의를 통해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법안은 전무하다. 앞으로도 여야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민생과 시급한 현안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31일 국회 의안통계에 따르면, 22대 국회 접수 의안은 전날 기준 2408건이며, 이 가운데 본회의에서 가결된 법안은 5건이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안 일명 채상병 특검법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 개정안, 방송법 개정안,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 방송 4법 등이다.

국민의힘에서 반대한 법안들로, 소속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의원들은 법안 상정과 함께 본회의장을 나와 규탄대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줄을 서서 일제히 찬성표를 던지는 장면만 되풀이됐다.

통과된 법안은 줄줄이 폐기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법안들은 다시 표결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재의결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한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8명 가운데 8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질 경우 대통령의 거부권이 무력화되지만, 아직까지 의미 있는 수준의 ‘이탈표’는 나오지 않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앞서 채상병 특검법이 폐기됐고, 방송 4법도 대통령실에서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이런 상황은 계속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이날 민주당 등 야권이 주도해 ‘2024년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전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켰다.

민주당 등 야당 위원 단독으로 표결을 진행해 의결했고,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에 반발해 표결에 불참했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은 이재명 전 대표가 발의한 것으로 민주당 당론 1호 민생 법안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역사랑상품권을 소득 수준에 따라 25만~35만원 사이에서 지급하는 게 골자로 지급액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소요 예산은 약 13조 원으로 추산된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해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두 법안을 8월1일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에 부친다는 방침인데,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했다.

앞서 방송 4법의 경우에도 여당은 5박 6일 동안 각 법안이 상정될 때마다 필리버스터로 대응해 왔고, 야당은 24시간마다 이를 강제로 중단시킬 수 있는 토론 종결권을 활용해 법안을 처리했다.

이에 따라 시급한 민생 과제는 뒷전이 됐다.

21대 국회 후반기때 여야가 합의점을 찾는 듯했던 연금개혁은 논의 조차 실종됐다.

상속세, 금융투자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 세법개정안에 포함돼야 하는 민감한 현안들에 대한 여야 이견 조율 과정도 없다.

벌써부터 연말 예산안 처리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개원식도 아직 열지 못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13대 국회부터 개원식이 열리지 않은 적은 없다.

정치권에선 쉽게 돌파구가 마련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차기 대선 때까지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서울=김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