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섬세한 잣대 필요한 '차등적용'
박찬 취재2부 기자
2024년 07월 29일(월) 18:32
박찬 취재2부 기자.
“서울에서 근무하는 프랜차이즈 식당의 알바생은 시간당 수백명의 고객을 응대하는 반면 지방의 알바생은 10명의 고객도 상대하지 않는다. 동종 프랜차이즈 식당의 같은 메뉴더라도 서울·지방 간 차등가격을 적용해 서울에선 더 높은 가격을 받고 이와 연계해 서울의 알바생이 지방의 알바생보다 더 높은 최저임금을 받는 추세로 변화해 나가야 맞지 않을까?”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나왔던 청취자의 의견이다.

이처럼 ‘차등적용’이라는 개념이 최근들어 쟁점화가 되고 있다. 차등적용은 업종별 최저임금부터 전기요금 지역별 부과 등을 놓고 논쟁이 활발하다. 청취자의 의견을 듣다보니 논쟁의 범위는 머지않아 직업·지역을 넘어서 나이·국적·소득 더 나아가 심지어는 성별 차등적용이라는 영역까지 확장하지 않겠냐는 우려를 자아낸다.

여기서 할 수 있는 중요한 질문은 과연 국민들의 정서와 대한민국 사회가 ‘차등적용’이란 개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인식의 문제와 해당 제도의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적용 범위와 제도 시행 방향이 어느 지점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활용의 문제다.

‘차등적용’ 논쟁에 대해 필자는 개별적 질문과 해당 문항에 대해 개별적 답변을 내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사항이 될 거라고 믿는다.

이를 위해선 지역 격차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과 지역·업종·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의 차이를 ‘차등적용’ 옹호론자들과 현 정부가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현 정부가 지난 5월 22일 발표한 2026년부터 도입되는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호남을 포함한 각 지방에서 그동안 전기를 생산해 수도권으로 보내느라 컸던 전력망 부담을 줄일 것이란 지역적 기대감이 크다.

이처럼 지역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시도는 차후 차등적용이 일종의 사회적 합의로 자리 잡았을 때 좋은 관례로 남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자연스러운 차등적용 정책의 흐름에 매몰돼 각종 분야와 이해관계를 막론하고 차등적용을 도입하라는 국민적 열풍이 불까 봐 다소 걱정스럽기도 하다.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지급’ 논란에 관해 광주의 한 노동단체는 “정부와 여당이 해당 쟁점에 대해 사용자 측의 주장을 옹호하며 사회 양극화의 주범을 자처한다”라는 비판도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단순히 노사갈등이 아니라 차등화로 인해 파생될 여러 가지 차별과 불평등, 부조리를 재고해 봐야 한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 외국인에 대한 편견적 인식을 더 부추기고 특정 업종에 대한 멸시를 가중할 수 있는 재료가 돼 하나의 법적 무기로 탄생해 사회적 약자들을 ‘제도’라는 테두리에 가둬 놓고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하는 또다른 수단이 돼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