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끝에 담긴 고뇌와 번민’ 시대의 메시지를 고민하다
허달용 개인전 ‘고백-와글와글’
내달 4일까지 남구 양림미술관
인간·동물·식물·상형문자 소재
“민중미술 넘어선 정체성 고민”
2024년 07월 29일(월) 17:30
허달용 작 ‘말’. 양림미술관 제공
수묵을 통해 시대의 풍경을 직시해온 허달용 화백의 개인전 ‘고백-와글와글’이 오는 8월 4일까지 남구 양림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명 ‘고백-와글와글’은 서로 대조적인 이미지를 조립해 차용한 것이다. ‘고백’이란 조용하고 진실되고 바르며 참된 속마음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반면 ‘와글와글’은 온갖 것들이 난무해 어지럽고 시끄러우며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나 소리를 표현한 의성어다. 허달용 화백은 상반된 의미와 이미지를 대입해 또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전시작들은 크게 인물과 동물, 식물(나무), 그리고 상형문자 등 4개 파트로 나뉜다. 인물을 다룬 작품으로 ‘가시관을 쓴 예수’, ‘홍범도 장군’, ‘너는 누구길래’가 눈길을 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난민들의 고통,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하려 했던 현 정부의 우회적인 비판 등을 담았다.

동물을 소재로 한 작품 중 대표작은 ‘고양이’다. 검은색과 하얀색이 어우러진 색감의 대조로 ‘와글와글’한 느낌을 강조된 이 작품에는 자신을 속박하던 규정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이 그대로 투영됐다. 그림은 고양이를 돌보며 관찰했던 시선을 조형적으로 풀어져 있다.

‘말’을 그린 그림은 섬세한 필치의 극치를 보여주는 수작이다. 말의 휘날리는 갈기와 목덜미의 털을 세필로 그려 역동하는 백마의 기운을 돋구어 준다. 또 다른 ‘말’ 그림은 눈물을 흘리는 듯한 말의 말 없는 표정이 압권이다. ‘표범’은 지금 막 화면 밖으로 뛰쳐나오고 있는 듯하고, ‘까마귀’는 나무에 지탱하는 발톱을 세밀하게 그려 시선을 끌어들이고 있다.

허달용 작 ‘섬’.
소재의 다양성은 민중미술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다. 허 작가는 한때 민중미술 영역에서 광주 현실주의 수묵화의 줄기를 이어왔으며 예술로써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데 노력해왔다. 특히 1980년 5월을 형상화한 작품뿐 아니라 일련의 역사적 사건을 미학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시각화하는 데 고민해왔다. 그러나 최근 작가의 작품을 규정지어왔던 것들로부터 탈피해 또 다른 시선과 방식으로 작품관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어쩌면 민중미술이라고 하는 화가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강한 의지일수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바꿔야 하겠다는 변화와 전환의 심정일 수도 있다. 화백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일상이었다. 이번 전시에서 소재의 새로운 시도는 상형문자다. 화면 가득 한글로 쓴 글자를 조형적으로 구성해 표현했다. 창문 밖의 풍경으로 펼쳐진 ‘세한송백’, 절벽 넘어 세계와 통하는 ‘섬’ 또한 작가가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대 이후의 삶과 연결된다.

허달용 작가는 20여 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기획전, 초대전에 참여했다. 전남대학교 예술대학을 졸업했으며, 광주시립미술관, 김대중컨벤션센터, 광주지방검찰청, 광주광역시 남구청, 광주시교육청, 6.15통일학교, 국립광주박물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사)광주민족예술인단체총연합 이사장과 광주광역시 혁신위원, 광주시립미술관 운영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사)광주민족미술인협회 회원, 연진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