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파리올림픽, 러-우 전쟁 ‘평화 씨앗’ 될까
<50>전쟁과 파리 올림픽
올림픽, 냉전 이후 정치적·지정학적 대회 ‘급부상’
푸틴 “러시아 선수단 올림픽 출전 배제 인종차별”
IOC “러, 우크라이나 침략은 올림픽 헌장 위반”
스포츠가 정치화되는 것보다는 ‘대화 통로’ 돼야
2024년 07월 25일(목) 15:10
2024 파리 올림픽·패럴림픽의 공식 포스터가 3월 4일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공개됐다. 포스터에는 파리를 상징하는 에펠탑, 개선문, 파리 지하철, 센강을 비롯해 대회가 펼쳐질 장소, 경기장의 모습이 담겼다. 사진 출처: 파리 올림픽 홈페이지
대부분의 경기는 수도인 파리와 그 주변 지역에서 열린다. 비치발리볼 경기가 열릴 샹드마르스 공원. 사진 출처: 파리 올림픽 홈페이지




2024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하계 올림픽은 올해 최대 스포츠 행사다. 이번 올림픽은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개최되며, 모토와 슬로건은 ‘활짝 열린 대회’(Games wide open)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냉전 해체 이후 처음으로 대회 자체보다 올림픽의 정치적 요소로 지정학적 대결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결정에 따라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은 중립자격으로 개인전에만 경쟁할 수 있으며 단체전에는 전혀 참가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첫째, 왜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파리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는가? 2023년 10월 5일 러시아 올림픽 위원회가 우크라이나 국가 올림픽 위원회의 권한 하에 있는 지역 스포츠 조직(즉, 도네츠크, 헤르손, 루간스크 및 자포리자)을 회원으로 포함하기로 결정을 했다. IOC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영토보전을 위반하였기 때문에 올림픽 헌장을 위반한 것으로 보았다. 러시아 측은 IOC가 전쟁과 연관 지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우크라이나 측은 IOC가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적자는 아무도 참가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두 입장 모두 IOC의 사명과 올림픽 헌장에는 정반대이다. 또한 IOC처럼 141개국이 전쟁을 비난했지만, 국제사회는 이러한 비난의 결과에 따라 단결된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 세계 인구의 15%만을 대표하는 52개 국가가 IOC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제재를 가했다. 이는 한쪽이 옳고 한쪽이 틀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는 결과다. 또한 이것은 분열된 세계의 현실을 보이는 것일 수 있다.

이렇게 정치화된 스포츠에서는 만국 올림픽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것이며, 진정한 의미의 세계 선수권 대회도 더 이상 불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정치화는 스포츠의 무기화가 될 것이기에, 이는 스포츠와 올림픽 정신이 상징하는 모든 것에 어긋나는 것이다.

둘째, 어떤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은 파리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는가? 러시아 침공이 시작된 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가의 선수에 대해 완전한 참가 배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IOC는 러시아인과 벨라루스인의 참가 인정 여부를 각 종목 연맹이 별도로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예를 들어 세계육상연맹은 중립 상태에서도 두 나라 선수들의 국제대회 참가를 허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개별 중립 선수는 각 스포츠 국제 연맹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공개적으로 전쟁(특별군사작전)을 지지하는 선수들은 2024년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게 된다. IOC는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인터넷에서 러시아 선수들의 친정부 발언을 모니터링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 이는 제재와 올림픽 출전 배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국제법규의 틀 안에서의 행위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며, 이는 인종차별, 민족주의, 스포츠의 정치화이며 민주적 규범과 원칙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하였다.

러시아와 벨라루스 올림픽 선수들은 개막식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며 자국의 국기와 국가를 사용하는 것이 금지된다. 그들은 올림픽에서 개인 중립 선수(AIN, Athletes Individuels Neutres)다. IOC는 중립 선수들을 위한 별도의 깃발과 국가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IOC 집행위원회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에게 대회 개막식에서 국가 퍼레이드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관중석에서만 관람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파리에서 금메달을 딴다면 가사 없는 특별히 창작한 음악에 따라 시상이 이루어지게 된다.

7월 12일 기준 IOC에 따르면 러시아 국적 선수 15명이 개인중립선수(AIN)로 파리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최종 선발인원은 변경될 수 있다. 많은 러시아 선수들은 IOC의 차별적 결정으로 올림픽 참가를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레슬링 연맹과 유도 연맹을 비롯해 유력 테니스 선수들이 반발했다. 특히 태권도는 아무도 참가 허가를 받지 못했다. 러시아 팀은 도쿄올림픽 챔피언 막심 흐람쵸프와 블라디슬라브 라린, 은메달리스트 타티야나 미니나와 같은 선수들이 참석을 못 하게 되었다. IOC는 구체적인 불참시킨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이에 반해 2024년 5월 31일 현재 102명의 우크라이나 선수가 22개 종목에서 올림픽 출전 허가를 받았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러시아 선수들이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정치적 발언을 하게 되면 출전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 Z 기호를 포함하여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는 모든 러시아 운동선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징계 절차가 즉시 시작될 것이며 필요한 조치 및 제재가 취해질 것이다. 이는 올림픽에서 즉각 제외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셋째, 프랑스는 참가할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가? 프랑스가 러시아인을 차별적으로 대우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로 인해 러시아인들은 신경을 쓰고 있다. 프랑스 공식 대표자들은 반복적으로 반러시아 성명을 발표하여 반러시아 정서의 확산을 촉발했다. 파리 시장은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을 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러시아인들을 분노하게 했다. 러시아인은 프랑스에서 러시아 은행 카드 사용 금지, 송금, 상품 및 서비스 현금 지불 제한(공식 한도는 1,000유로이지만 한도는 더 엄격함)과 같은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일부 상점에서는 러시아 여권 소지자에게 서비스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프랑스 당국은 올림픽과 관련된 조직 문제에 대해 러시아 대사관과 상호 작용하지 않으며, 러시아 외교관에게 제한 구역 출입증을 제공하지 않아 러시아인에게 영사 및 기타 지원을 제공할 가능성이 제한된다. 반면에 파리 시장은 “파리가 올림픽 동안 우크라이나 선수들을 지원할 것이다. 파리는 여러분을 영웅으로 환영할 것이다. 여러분은 파리에서 집처럼 편안함을 느낄 것이다”라고 약속했다.

넷째, 러시아는 IOC의 러시아 선수단 올림픽 출전 배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선수단의 올림픽 출전 배제가 인종차별이며 굴욕적인 모욕으로 생각하고 있다. 러시아는 올림픽에 초대받는 것이 최고의 운동선수에게 무조건적인 권리가 아니라 일종의 특권이며, 스포츠 결과가 아닌 일종의 정치적 제스처를 통해 얻을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IOC는 올림픽 참가는 결코 인권이 아니며 최근 개정된 올림픽 헌장도 이와 관련이 없다고 한다. IOC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정부의 올림픽 헌장 위반에 대한 대응이어서 이러한 조치가 인종차별에 해당한다는 비난을 단호히 거부한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는 자체 국제 종합 스포츠 행사인 세계 우호 경기(World Friendship Games)를 개최할 예정이다. 세계 우호 경기는 2024년 9월 15일부터 29일까지 모스크바와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리는 35개 종목의 국제 스포츠 대회다. 이는 올림픽의 대안이 아니라고 하지만 파리에 가지 못한 러시아 선수들을 위한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 관계자들은 7,000명 이상의 선수들이 이 대회에 참가할 것이라고 한다. 러시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아르메니아, 몽골, 벨라루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 및 일부 남미 국가의 대표가 예상된다. 그밖에 러시아의 가장 가까운 브릭스(BRICS) 동맹국인 중국과 인도뿐만 아니라 아랍 세계 대표인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연합,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의 참가를 기대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호 경기 메달리스트를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간주하라고 지시했으며, 그들은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동일한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외국 선수도 상을 받으면 올림픽 메달리스트로서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IOC는 각 국가의 스포츠 대표단이 세계 우호 경기에 참가하는 것을 거부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대회가 개최된 후 서방 스포츠 관계자들은 올림픽 운동을 분열시키려는 러시아 스포츠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고려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러시아에 입국할 선수들에 대한 처벌 가능성이 이미 공식적으로 발표됐다.

흥미롭게도 2024년 세계 우호 대회는 세계 스포츠 역사상 두 번째 대회로 꼽힌다. 첫 번째 경기는 소련의 주도로 1984년에 열렸다. 사건의 원인은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보이콧이었다.

다섯째, 공식적으로 IOC는 창립 순간부터 올림픽 경기가 정치 외부에 있다는 원칙을 선언했다. 그러나 실제로 역대 올림픽에서 스포츠의 정치화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1920년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과 그 동맹국인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헝가리, 터키는 앤트워프 올림픽에 초청받지 못했다. 4년 후 독일은 다시 파리 올림픽에 초대받지 못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역사는 반복됐다. 독일과 일본은 1948년 런던과 1952년 헬싱키 등 두 차례 연속 올림픽에 결장했다. 1956년 멜버른 올림픽에는 7개국의 선수들이 오지 않았다. 이집트, 이라크, 레바논은 수에즈 위기 때문에 올림픽을 불참했고, 네덜란드, 스페인, 스위스는 소련의 헝가리 침공 때문에, 중국은 대만의 참가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올림픽을 무시했다. 1964년 도쿄올림픽에는 이른바 신흥국 경기대회에 참가한 인도네시아 선수들의 올림픽 자격 박탈과 이 결정에 항의한 북한이 불참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으로 인해 참가가 금지되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은 아프리카 22개국의 불참으로 얼룩졌다. 당시 탄자니아가 주도했던 보이콧은 뉴질랜드 럭비팀이 아파르트헤이트의 남아프리카공화국 투어를 진행한 것과 그 뉴질랜드가 올림픽에 참가한다는 사실에 아프리카 국가들이 항의의 뜻을 나타내며 발생했다.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 동계올림픽에서 대만은 공식적으로 중화민국으로 알려지기 위해 차이니즈 타이베이라는 이름으로 레이크플래시드 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거부했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은 정치적 논란으로 더욱 큰 어려움을 겪었다. 보이콧은 소련군의 아프가니스탄 진출과 관련해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것으로 총 62개국이 참여했다. 이어 소련이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보이콧하였다.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은 모스크바에서 열린 올림픽보다 훨씬 더 큰 타격을 입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북한은 남한과 함께하고 싶었지만 협력 형식에 합의하지 못했다. 이에 쿠바, 니카라과, 에티오피아는 대회 참가를 거부한 북한 측에 연대감을 드러냈다. 2000년 아프가니스탄은 시드니 올림픽 출전에서 제외됐다. 당시 탈레반은 여성에 대한 차별 혐의로 기소되어 스포츠를 금지하는 탈레반이 집권하고 있었다. 또한 남자 선수들은 수염을 깎거나 반소매 셔츠나 반바지를 입는 것이 금지됐다. 2014 소치 올림픽에 인도 팀은 참가할 수 없었다. IOC는 국가 올림픽 위원회 업무에 대한 인도 정부의 간섭으로 인해 IOC 회원국 자격이 중지되었다. 그 결과, 인도 선수 3명이 올림픽 깃발을 달고 소치에서 경쟁을 벌였다.

마지막으로, 정치가 올림픽의 지배적인 주제가 되어서는 안 되지만 그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스포츠의 정치화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오늘날 국제 정세가 너무 긴장되었기 때문이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소장인 루카스 오벤은 “1896년 이후 모든 올림픽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이고 지정학적이었다. 이번 파리 올림픽 경기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냉전 종식 이후 가장 긴장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고도로 정치화된 버전을 보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파리에서 올림픽이 마지막으로 개최된 지 정확히 100년이 지났다. 1924년 대회는 근대 올림픽 운동의 창시자이자 IOC 초대 위원장인 쿠베르탱이 직접 참여한 마지막 올림픽이었다. 쿠베르탱의 유명한 ‘스포츠에 대한 송가(Ode to Sport)’라는 시에서 마지막 연은 “오 스포츠! 당신은 평화입니다!”라는 말로 시작된다. 이는 스포츠가 ‘평화적 통로’가 되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도 스포츠 정치화로 세계 평화 기여는 이미 크게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