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하게 숙박 가능”… 무허가 불법 공유 숙박 성행
아파트·원룸 등지서 무허가 운영
관리 미비에 시민 피해·불편 호소
지자체 “위치·개소수 파악 어려워”
제도권 편입·각종 규제 마련 지적도
2024년 07월 24일(수) 18:28
대형 공유 숙박 플랫폼에서 광주와 전남지역의 숙박업소를 검색했을 때 각각 1000여곳 이상의 숙소가 표시됐다. 사이트 캡쳐
빈집과 오피스텔·원룸 공실 등을 활용해 여행객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숙소를 제공하는 공유 숙박업이 성행하고 있다. 이들 업소 중 대부분은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운영 업소로 별도의 관리·규제도 미비해 시민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대형 공유 숙박 플랫폼의 등장으로 2010년대 이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공유 숙박업은 투자 비용 대비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직장인 부업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공유 숙박 플랫폼을 이용하면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숙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름 휴가철을 맞아 공유 숙박업소를 찾는 사람들도 느는 추세다.

24일 한 공유 숙박 플랫폼에 광주와 전남지역의 숙소를 검색하자 예약 가능한 숙소가 각각 1000개 이상 소개됐다. 숙소의 형태는 아파트, 원룸, 오피스텔 등으로 다양했으며 최신 인테리어가 돼 있는 일부 ‘감성 숙소’는 방문자들의 후기가 수백 건 이상 남겨져 있기도 했다.

문제는 공유 숙박 플랫폼에 소개된 숙소 대다수가 법적 요건을 갖추지 않고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건축법과 관광진흥법 시행령 등에 따르면 다세대 주택, 공동주택, 상가, 근린생활시설(오피스텔)로 분류된 주거용 건물은 숙박업소로 등록할 수 없다. 다만 사업자가 실거주하는 도시지역의 아파트·주택에 한해서 연면적과 소방시설 등의 기준을 충족시키고, 자치단체장에게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으로 정식 등록·승인을 받으면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영업이 가능하다.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6월30일 기준 자치단체에 등록된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 숙박업소 개소수는 각각 35개소와 71개소에 불과하다.

빈집과 오피스텔·원룸 공실 등을 활용해 여행객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숙소를 제공하는 공유 숙박업이 성행하고 있다. 사진은 광주 동구의 한 원룸촌 전경.
또한 도시민박업은 외국인에게 한국의 가정 문화 체험을 도울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인 만큼 내국인은 이용할 수 없지만 플랫폼에 올라온 후기는 내국인 이용자들이 작성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대형 공유 숙박 플랫폼에 등록된 업소 대부분이 각종 규제에서 벗어난 불법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관할 자치단체의 허가 없이 불법으로 숙소를 운영할 경우 공중위생관리법 20조 위반으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불법 숙박업소는 소방시설, 위생안전 등 점검 대상이 아니고, 재난보상 책임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아 사고 발생 시 배상이 어렵다. 사진과 다른 방이 제공되거나 환불금을 받지 못하는 등의 사기를 당할 위험도 크다.

시민들은 공유 숙박업소가 난립하고 있지만 제도적인 관리는 미비하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박선형(26)씨는 “과거 공유 숙박업소를 이용했을 때 숙소의 관리·위생 상태 등이 플랫폼에 등록된 설명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며 “메시지 기능을 통해 호스트에게 취소 문의를 했지만, 자체 규정 등을 핑계로 환불받지 못했다. 공유 숙박업도 일반 숙박업처럼 각종 규제와 더불어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모(56)씨는 “같은 주택 건물에서 무단으로 공유 숙박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어 불편을 겪고 있다”며 “해당 호실에 투숙객이 있는 날에는 밤새 들려오는 소음에 잠들기 어렵다. 간혹 주택 내에서 흡연하는 투숙객들도 있어 화재 발생에 대한 불안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주민들이 사용하는 공동 현관문 비밀번호가 투숙객들에게 공유돼 각종 범죄 발생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비판했다.

지자체는 유관기관 협조를 통해 불법 공유 숙박업소를 단속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근절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국민신문고 등에 접수되는 민원과 문화체육관광부의 모니터링 결과 등을 공유받아 불법 공유 숙박업소를 파악하고 현장 단속·행정 조치에 나서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다만 위치 등을 정확히 표기하지 않고 미등록 불법 영업을 하는 업소의 특성상 정확한 개소 수를 파악하고 전수조사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유 숙박 업체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해 안전·위생 상태 등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영수 한국산업교육원 광주지부장은 “우리 사회에 공유경제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한 만큼 불법 공유 숙박업을 단속 등으로 뿌리뽑기는 어렵다”며 “공유 숙박업체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해 안전·위생 등에 대한 철저한 규제와 함께 소득에 대한 세금을 징수하는 등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1일 대형 공유 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는 자체적으로 영업신고 정보 제출을 의무화해 플랫폼 내 지자체 미신고 숙소를 오는 2025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삭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조치가 적용되는 시점부터 에어비앤비 이용자들은 플랫폼 내 모든 숙소 홈페이지에서 영업신고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