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지방소멸' 극복 위해 필요한 것
오지현 취재1부 기자
2024년 07월 21일(일) 18:09
“일본어를 못 해도 이주할 수 있을까요?”

이달 초, 지방소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일본 훗카이도로 향해 지방소멸 극복에 성공한 니세코와 히가시카와정을 방문했다. 두 마을 다 각자의 특색이 있었으나, 마음을 사로잡은 곳은 다름아닌 히가시카와정이었다.

옛 초등학교를 활용한 외국인 공립 일본어 학교와 이어져 마을 사람들의 도서관이자 카페, 쉼터이자 마을회관으로 이어지는 센토피아2와 그 앞으로 조성된 잔디밭에서 축구하며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자 나도 모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취재를 위한 안내를 도와준 이도 일본 문부성을 통한 청년 채용 프로그램을 통해 히가시카와에서 근무하고 있는 경남 창원 출신 신경숙(26)씨였다.

‘사진 마을’ 브랜딩으로 고향주주세, 인구 증가 등 다양한 정책과 행정을 기반으로 지방소멸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 히가시카와지만, 이 지역을 둘러보며 가장 크게 와 닿았던 것은 이들의 목표가 ‘지방소멸 극복’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히가시카와정의 행정은 마을이 없어져간다는 위기의식보다는 지금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데 더 치중돼 있었다.

올해 3월 국제연합개발계획(UNDP)는 각 나라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척도로 쓰이는 인간개발지수(HDI)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대한민국은 전년대비 한 단계 오른 19위를 차지했으나, UN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세계행복보고서’에서는 52위를 기록했다.

지방소멸은 문화, 경제, 교육 등 전반적인 삶의 척도를 하락시키며 최종적으로는 국가 발전을 가로막는 원인이 되는 만큼 극복해야 할 주요 현안 중 하나다. 그러나 ‘인구 수, 관계인구 확대 등 물리적인 숫자 증가만을 위한 지원은 궁극적인 해답이 될 수 없다. 많은 이들이 사는 곳이라고 해서 살기 좋은 지역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올해를 ‘지방소멸 극복 원년’으로 삼고, 지방소멸 극복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공언했다. 다양한 정책도, 지원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각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행복과 만족도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춰보는 것은 어떨까. 행복한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그렇게 큰 것들이 아닐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