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전, 강항 선생이 쓴 편액 고향으로 돌아왔다
영광 내산서원 ‘종오소호’ 기증식
2024년 07월 17일(수) 17:22
17일 영광 내산서원에서 열린 수은 강항 선생 편액 기증식에서 참석자들이 지난 6월 인천세관을 통해 30여 년만에 국내에 들어온 편액을 들어보이고 있다. 강항선생기념사업회 제공
400여 년 전, 수은(睡隱) 강항(姜沆) 선생이 쓴 편액 ‘종오소호’(從吾所好)가 17일 선생의 고향인 영광으로 돌아왔다.

이날 영광 내산서원에서 열린 기증식에는 일본의 강항 연구가 무라카미 쓰네오 씨에게 편액을 기증받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사토 신치로 수은강항선생 일본연구회장, 김동진 강항선생기념사업회장(광주대 총장), 강재원 내산서원보존회장 등이 참석해 400여 년 전, 선생이 남긴 뜻을 기렸다.

광주향교와 영광향교, 이흥서원 등 지역 유림과 영광지역 초·중·고생도 참석했다.

길이 1m50㎝, 너비 55㎝로 무게가 27㎏에 이르는 편액은 1995년부터 무라카미 씨가 보관해 오다 지난 5월 본인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이낙연 전 총리에게 기증했고 6월 인천세관을 통해 돌아왔다.

강항 선생은 정유재란이 일어난 1597년 일본에 끌려가 오즈와 교토에 억류돼 살면서 유학을 전수하다가 1600년 귀국한 뒤, 고향에서 후학을 가르치다 1618년 별세했다. 편액의 ‘종오소호’는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며 ‘부(富)가 추구할 만하다면 비록 말채찍을 잡는 사내가 되더라도 나 또한 그렇게 하겠지만, 만약 추구할 만하지 않다면 내가 좋아하는 바를 따르겠다’는 의미다.

이낙연 전 총리는 “수은 선생이 쓴 공자의 말씀 속에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할 길과 방향이 담겨있다”며 “돌아온 편액이 국내의 강항 선생 연구에 기여하고, 한·일 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영광=김도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