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 지정기부’ 지자체 특색사업 발굴 나서야
기부 활성화 위해 지난달 도입
특정사업 직접 기부…실적 저조
행안부 개입에 자율성 보장 안돼
道 “프로젝트 발굴·컨설팅 지원”
2024년 07월 09일(화) 18:20
영암군이 실시하고 있는 ‘맘안심 프로젝트’ 지정기부 사업.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 캡쳐
지방자치단체의 특정 사업을 지정해 기부할 수 있는 ‘고향사랑 지정기부제’가 본격 도입된 가운데 기부 활성화를 위해 광주·전남 지자체가 특색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9일 행정안전부의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날 현재 등록된 전국 지자체 지정기부 사업은 광주와 경남 각 4건, 충남 2건, 전남과 울산, 서울 각각 1건 등 총 13건으로 사업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4일 첫 시행된 지정기부는 각 지자체가 지역사회 문제 해결 및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직접 발굴한 사업을 시민들이 살펴보고 직접 기부하는 방식이다. 지정기부는 기부자가 원하는 사업에 직접 투자하고, 자신이 낸 기금의 사용처를 명확히 알 수 있다는 점에서 기부자들의 ‘기부 효능감’을 높임과 동시에 별다른 답례품이 없는 지자체 또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사업 발굴을 통해 모금 실적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정기부는 ‘고향납세’ 제도를 운영하는 일본에서는 보편화된 방식으로, 국내에서도 고향기부제 활성화를 위해 각계에서 도입을 요구해온 제도다.

전남에서 유일하게 지정기부 사업으로 선정된 영암군의 ‘맘(mom)안심 프로젝트’에는 71명의 기부자가 711만4200원을 기부했다. 이는 총 목표금액인 5000만원의 14.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영암군을 제외하면 전남에서 시행 중인 지정기부 사업은 단 한 건도 없다. 지난해 약 143억3000만원을 모으는데 성공하며 기록한 고향사랑기부금 ‘전국 1위’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다.

이는 지정기부 특성상 대형 사업이 불가능한데다 기부 실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만큼 모금 수치가 저조할 경우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행안부가 사업 발굴부터 활용까지 전 과정에 개입하면서 지자체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아 지정기부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정기부에 앞서 행안부가 지자체의 사업계획서를 기반으로 정해진 양식에 맞춰 가공할 것을 주문하고 있어 각 사업이나 지자체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신승근 한국공학대학교 교수는 “일본의 경우 다양한 답례품 방식을 선택할 수 있고 각 지자체마다 다른 민간 플랫폼을 통해 고향납세를 제공해 사용자들로 하여금 지자체간 비교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각자 다른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공적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어 각 지자체가 본연의 특색을 잘 살릴 수 없다는 점이 한계”라고 진단했다.

전남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방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 입장에서는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소규모의 사업에 공을 들이는 것보다는 국비 사업 등 큰 금액을 지원받을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행안부의 과도한 규제와 제한을 지키면서 우리 지역만의 특색을 담아낸 지정기부 사업을 발굴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른 지자체의 성공사례가 나온다면 이를 토대로 지정기부 사업을 마련할 수는 있겠으나, 현재로서는 언제 가능할지 미지수”라고 토로했다.

고향사랑기부금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행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 17개 시도의 고향사랑기부제 총모금액은 172억2430만 원으로, 206억5068만9000원이었던 전년 동기대비 16.6% 감소했다.

전남 또한 동기간 기부액은 41억여 원으로 53억여 원이었던 전년 동기대비 22% 줄었다. 기부건수는 2만5503건이었던 전년 동기대비 2만9438건으로 15.4% 증가했으나 기부금 액수는 감소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고향사랑 지정기부 사업의 경우 각 지자체에서 사업을 발굴함에 따라 각 시군마다 사정이 다를 수 있다”며 “전남도에서도 지정기부 사업 발굴을 위한 워크숍 및 실무회의를 통해 지정기부 프로젝트 발굴에 힘쓰고 있으며, 내년도 지정기부 사업 발굴 시 각 시군에 전문가 컨설팅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지현 기자 jihyun.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