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채소 내놓기 겁난다”…폭염·장마에 채솟값 ‘폭등’
배추·상추 가격 2주일새 30% 치솟아
기상악화·이상기후 농산물 수급불안
채소 사용량 많은 고깃집 등 직격탄
정부, 배추 2만3천톤 비축 대책 마련
2024년 07월 09일(화) 18:20
최근 2주일 사이 상추와 배추 가격이 30% 안팎으로 폭등하는 등 채소 가격이 크게 올라 고깃집 등 취급 원재료 중 채소 비중이 높은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최근 2주일 사이 상추와 배추 가격이 30% 안팎으로 폭등하는 등 채소 가격이 크게 올라 서민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취급 원재료 중 채소 비중이 높은 고깃집 등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시름도 깊어져 가고 있다.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광주지역 ‘상품’ 등급 적상추의 소매 가격은 100g당 1297원으로 1주일 만에 14.78% 상승했다. 2주 전과 비교하면 31.14%, 한 달 전 872원에 비하면 무려 48.74% 오른 수치다.

알배기 배추(쌈 배추)는 한 포기에 2960원으로 1주일 전 2290원과 비교해 가격이 29.26% 뛰었다. 이는 평년 2455원보다 20.57% 오른 수치다. 전월과 비교하면 26.01% 증가했다. 깻잎은 100g당 2287원으로 평년보다 20.75%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쌈 채소와 함께 제공되는 당근도 1㎏당 6593원으로 평년보다 86.61%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밑반찬, 샐러드 등의 식재료로 사용되는 다른 채소류 가격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일 기준 시금치 소매 가격은 100g당 1553원으로 1주일 만에 44.47% 상승했다. 전월 771원과 비교하면 101.43%, 평년과 비교하면 68.62% 올랐다. 열무 가격은 1㎏당 4333원으로 전월 2552원보다 69.79%, 평년 2676원보다 61.92% 상승했다.

방울토마토 1㎏의 가격은 9980원으로 지난 3일 7980원과 비교해 5일 만에 25.06% 올랐다. 이는 전년보다 50.44%, 평년보다 61.02% 오른 수치다. 파프리카 200g의 가격은 1663원으로 전월보다 13.44%, 전년보다 22.28%, 평년보다 38.01% 상승했다.

이처럼 여름철 채솟값이 급등하는 데에는 폭염·장마·태풍 등 기상악화와 이상기후 등으로 인한 농산물 수급 불안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8월에도 폭염·폭우 등으로 출하량이 크게 줄어 한 달 만에 배추 도매가격이 2.5배로 치솟은 바 있다. 올해 여름 배추 재배 면적이 평년보다 5.5% 줄어들어 생산량 감소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기상 상황과 재배 여건 등으로 인해 배추를 비롯한 일부 채솟값이 1년 전보다 비싸질 것으로 예상했다.

채솟값이 치솟으면서 채소를 많이 쓰는 자영업자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동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53)씨는 “상추 한 상자에 1만3000원 정도였다면 요즘엔 2만원 정도에 들여오고 있다. 밑반찬 등 다른 원재룟값도 모두 오르니 채소 등 식재료가 남아 버리지 않도록 조금씩 담아 상에 올리고 있다”며 “학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다 보니 음식 가격을 함부로 올릴 수 없어 재료비가 급등한 지금은 전체 매출의 10% 정도만 이윤으로 남기고 있다. 여름에는 채소 가격이 많이 오르니 이윤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동명동에서 샐러드 가게를 운영하는 공남호(32)씨도 “여름에는 체중 감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판매 건수는 높아지지만, 원자재 가격도 함께 오르니 오히려 남는 돈은 더 적을 때가 대부분이다”며 “방울토마토, 상추 등의 가격이 특히 많이 올랐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여름철 상태가 좋지 않은 채소가 들어와 손해를 볼 때도 많다. 앞으로도 꾸준히 채솟값이 오를 것 같지만 예상 범위를 뛰어넘을 때가 많으니 걱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채소 무한리필 샤부샤부집을 운영하는 김지은(47)씨 역시 “날이 덥다 보니 샤부샤부집 여름철 매출은 유독 떨어지는 편이다. 그 와중에 채솟값 등 재료비가 많이 오르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폭염과 태풍 등이 농산물 가격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공급 확대·할인 지원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배추 2만3000톤, 무 5000톤을 비축하고 기상재해에 대비해 배추 예비 묘 200만주를 확보하기로 했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