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틈 사이로”…가게 앞 흡연에 시민 고통 호소
연기·이물질 무단투기에 업주 체념
재떨이·별도 흡연공간 설치 어려워
“실외기 화재·빗물받이 막힘 우려”
공공 흡연부스 설치…지자체 ‘난색’
2024년 07월 07일(일) 18:27
지난 6일 오후 10시께 광주 동구 동명동의 한 가게 앞에 담배꽁초와 쓰레기 등이 널부러져 있는 가운데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윤준명 기자
여름철 광주 시내 식당가에서 일부 흡연자들의 무분별한 길거리 흡연으로 인해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일각에서 공공 흡연부스 등을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지자체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광주 대표 식당가로 꼽히는 동구 동명동 일대.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놓은 가게 앞에서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부 흡연자들은 꽁초와 담뱃갑 등 쓰레기를 거리와 하수구 등에 투기하거나 흡연 도중에도 거리에 여러 차례 침을 뱉기도 했다.

담배 연기가 바람을 타고 흩어지자, 보행자들은 코를 막으며 피해 지나갔고 가게 안의 손님들은 옥내로 들어오는 담배 냄새에 인상을 찌푸리며 창문을 닫았다.

이렇듯 길거리에서 흡연하는 모습은 광주 시내 식당가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고 있지만 광주 금연구역 대부분은 금연구역으로 일괄 지정된 공중이용시설에 집중돼 있고 단속인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 2023년도 광주 지역 금연구역 흡연금지 위반 중 공중이용시설에서의 과태료 부과 건수가 180건이었고 기타 조례로 정한 구역에서의 흡연행위에 대해서는 지도 2건, 과태료 16건에 불과했다.

각 지자체에서 조례로 제정한 금연구역도 횡단보도 인근 5m 등 노상의 일부분에 그치고 이마저도 자치구마다 기준이 상이해 가게 앞 등 길거리 흡연과 쓰레기 무단투기를 억제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업주 입장에서 가게 내에 흡연실을 설치하는 경우가 아니면 가게 밖에 별도의 재떨이나 분리된 흡연공간을 조성하기도 어렵다.

국민건강증진법 등에 따르면 음식점 등의 옥외 시설물도 공중이용시설의 영업장으로 분류돼 금연구역에 포함되며 흡연시설이 아닌 곳에 재떨이를 놔둬 흡연을 유도해서는 안 된다. 가설건축물 형태의 야외 흡연실은 허가를 통해 설치할 수 있지만 허가 절차 등이 까다롭고 공유도로를 점거하는 경우 도로교통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지난 6일 오후 광주 동구 동명동의 한 상가에 흡연금지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윤준명 기자
자영업자들은 가게 입구 등에 금연 안내문을 부착하는 등 가게 앞 흡연을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하소연했다.

동명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강모(24)씨는 “문틈 사이로 담배 연기가 들어와 간접흡연으로 인한 손님들의 불편이 크다”며 “꽁초 등 이물질을 버리는 경우도 잦아 청결을 유지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가게 입구와 창문에 금연 안내문과 팻말을 부착하고 흡연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해봤지만, 일시적인 방편일 뿐 가게 앞 흡연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길거리 흡연을 막을 방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식당가 인근 주민과 이용객들은 담배 연기와 꽁초 투기 등으로 인한 불쾌함과 안전사고 발생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박규현(26)씨는 “창문 등을 통해 들어오는 담배 연기와 음식 냄새가 섞여 식사 중 불쾌했던 적이 많다. 가게 앞에 떨어진 담배 꽁초와 가래침을 밟는 경우도 많아 찝찝하다”며 “꽁초 무단투기는 실외기 화재와 빗물받이 막힘으로 인한 역류현상 등의 원인이 돼 시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지정된 장소에서만 흡연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의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일부 시민들은 번화가 인근에 흡연 부스를 설치해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의 편의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흡연자는 “대부분 건물에는 별도의 흡연구역이 마련돼 있지 않아 흡연자들은 길거리로 내몰리는 실정”이라며 “금연구역을 확대하는 동시에 지자체에서 번화가 인근 공공 흡연부스를 설치해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의 편의를 고려해 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지자체는 흡연부스 설치에 난색을 보이면서 금연 문화 확산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날씨가 더워지며 흡연 관련 불편 민원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며 “민원 접수 시 자치구 차원에서 지도점검을 나가 계도·과태료 부과를 하고 있지만 인원 부족 등의 문제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 관할 지자체 차원에서 번화가 흡연부스 설치 사례는 없다. 건물 시설주 등이 허가를 통해 흡연구역을 설치할 수는 있지만 금연 장려가 국가 시책이다 보니 시에서 흡연부스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금연 정책을 활성화해 지역 사회 금연 문화 정착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9세 이상 흡연율은 광주 18.4%, 전남은 19.4%로 전국 평균인 17.7%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