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러시아의 잔꾀
이용환 논설실장
2024년 07월 04일(목) 17:14
이용환 논설실장
‘과거와 미래뿐 아니라 영원의 아이콘이 될 것이다’ 2019년 3월 6일.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 부가티가 제네바 모터쇼에 ‘라 브와튀르 느와르’라는 이름의 승용차를 공개했다. 부가티 창립 110주년을 기념해 단 1대, 한정판으로 출시했던 이 모델의 최고출력은 1500 마력. 현대자동차의 최상위 모델인 ‘G90 블랙’이 450 마력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힘이다. 가격도 공개 당시 1670만 유로, 한화로는 253억 6100만 원을 홋가 했다. ‘극한의 독점성과 럭셔리함의 상징’이라는 게 부가티의 자랑이었다.

부가티는 강렬함과 호화로움, 우아함을 겸비한 최고의 자동차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 엔지니어이면서 예술가로 활동했던 창립자 에토레 부가티의 영향을 받아 기술과 디자인에서 누구도 이루지 못한 혁신을 가져왔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지금도 부가티는 자동차 업계에서 럭셔리한 고성능 차량의 대명사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05년 최고 시속 400㎞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 차량으로 기록된 베이롱부터, 2016년 출시돼 장인의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샤롱까지 세계 자동차 산업의 발전에도 큰 발자국을 남겼다.

지난 6월 공개된 투르비옹도 한 세기가 넘는 부가티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역작이다. 스페셜 에디션을 제외하고 무려 20여 년만에 부가티의 3번째 하이퍼라인으로 제작된 투르비옹은 내연기관 시대를 넘어 하이브리드 기술을 접목한 부가티의 첫 번째 도전이다. 최신 탄소섬유 소재로 만든 차체와 인공지능으로 개발한 서스펜션, 기능과 미학을 조화시킨 디자인도 115년 브랜드의 역사와 전통이 담겨있다. 오는 2026년 양산을 시작해 250대만 한정 판매하겠다는 투르비옹의 가격도 380만 유로, 한화로 57억 원에 이른다.

최근 일부 친(親) 러시아 네티즌들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각종 옵션 등을 포함한 67억 원짜리 슈퍼카 부가티 투르비옹을 구입했다는 ‘가짜 뉴스’를 퍼뜨리면서 러시아를 세계적 조롱거리로 만들고 있다. 아무리 전쟁중이지만 전쟁과 무관한 적장의 부인을 ‘명품 중독자’로 폄훼한 것도 치졸한 꼼수다. 친 러시아 측 매체들은 전에도 수차례 ‘젤렌스키가 항복했다’거나 ‘이스라엘로 도주했다’는 등의 딥페이크로 비웃음을 자초해 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두려움이 과잉 대응을 불러온 것일까. 금방 들통날 거짓을 진짜처럼 퍼뜨리는 러시아의 잔꾀가 어디선가 본 듯 한 데자뷰처럼 가소롭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