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청년들의 뜨거운 한판 승부 축구연극 ‘PASS’
극단 산, 20일 광산문화예술회관
‘경평대항축구전’ 실화 바탕 제작
분단 전 경성·평양 지역친선 경기
38선 앞둔 그 시절 미완의 이야기
2024년 07월 04일(목) 11:38
극단 산, 축구연극 ‘PASS’ 포스터.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경성(서울)운동장에서 시작된 ‘축구대항전’. 해방과 함께 남북이 갈라진 상황, 1946년 3월 경성과 평양의 젊은이들은 38선을 넘고서 뜨거운 한판 대결을 겨룬다.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는 가운데, 찰나 같은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평양팀이 1대0으로 승리하면서 경기는 마무리된다. 그날 밤 소련에서 ‘38선, 남북 간 왕래 금지 조치강화’가 공포되자, 다음번엔 평양에서 만나기로 하고 평양팀은 육로가 아닌 바닷길을 통해 월북하기로 하는데….

내일을 꿈꿀 수 없었던 해방공간, 청춘들의 열정과 사랑을 유쾌하게 펼쳐낸 축구연극 ‘PASS’가 오는 20일 광산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올려진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전문예술단체 극단 산이 ‘지역맞춤형 중소규모 콘텐츠 유통사업’을 통해 광주 관객과 만난다.

이 연극은 실제 1945년 해방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행된 ‘경평대항축구전’을 소재로 창작된 작품이다. 당시 청춘들의 꿈과 희망, 분단으로 미완이 될 수 밖에 없었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100분간 역동적이고 경쾌하게 펼쳐진다.

연극은 민족 해방과 분단이라는 역사적 배경, 역동적인 스포츠, 안무와 민요 그리고 시가 어우러진 리드미컬한 연출이 특징이다. 축구를 소재로 한 연극인만큼 실감 나는 축구 경기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 무대는 실제 축구경기장과 같이 연출됐으며 관객은 관중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응원단이 되기도 하며 연극 속으로 몰입할 수 있다. 또 춤과 노래, 민요, 타악 등이 결합된 화려한 퍼포먼스와 동시에 만해 한용운의 서정적인 시에 멜로디를 더한 다양한 음악을 통해 청춘들의 사랑 또한 감성적으로 표현했다.

축구연극 ‘PASS’ 한 장면. 극단 산 제공
연극의 출발이 된 ‘경평대항축구전’은 실제 1929년 10월 서울 휘문고보 운동장에서 시작된 지역친선 경기였다. 일제강점기 당시 남과 북이 나뉘기 이전, 경성축구단과 평양축구단으로 민족이 축구를 통해 만났고 서로 지역을 오가며 친선경기를 펼친 것이다. 1929년부터 1935년까지 경성과 평양을 오가며 ‘경평대항축구전’이 진행됐지만, 일제의 구기 종목 금지로 인해 1935년 이후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 해방을 맞이하고 1946년 3월 11년 만에 ‘경평대항축구전’이 다시 개최된 것. 반가움도 잠시, 조국이 남과 북으로 나눠지면서 해방 후 첫 경평대항축구전이자 마지막 경평대한축구전으로 남게 된다. 이는 현재까지의 우리나라 역사상 남북이 서로의 지역을 오가며 하나의 운동장에서 함께 축구를 한 마지막 경기로 남아있다.

극 상에서는 점점 선명해지는 38선을 앞두고, 경성팀 스트라이커 한강산과 평양팀 응원단장 백지연의 이루어질 수 없는 러브 스토리가 전개되고 애틋함을 더한다. 관객은 무대 위, 경성팀과 평양팀이 함께 스포츠를 즐기고, 웃고, 만나고, 헤어지는 모습을 보며 어느새 하나의 마음으로 모여 그들을 바라보게 된다. 그들의 청춘과 사랑의 이야기는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연극은 오는 20일 광산문화예술회관에서 오후 1시와 5시, 총 두차례 공연된다. 티켓 가격은 전석 만원이고 예매는 광산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공연시간은 100분이다.
축구연극 ‘PASS’ 한 장면. 극단 산 제공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