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칼럼>이미 다가온 ‘상가 부동산’ 몰락의 시대
송호 경제 칼럼니스트
2024년 07월 04일(목) 09:58
송호 경제 칼럼니스트
미국에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도 상업용 부동산이 경제에 미칠 파장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최근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에 위치한 대형빌딩이 코로나 위기 이전에 비해서 무려 5분의1 가격에 거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IT 기업이 많은 샌프란시스코의 상황이 심한 편이기는 하지만 다른 지역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미국의 오피스빌딩 평균 공실률이 20%를 넘나들면서 상업용 부동산 가격도 줄줄이 하락하고 있다. 워싱턴이나 뉴욕 등 주요 도시의 대형 상업용 건물은 4분의1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뉴욕에서는 세계 최대의 투자 운용회사인 블랙록이 뉴욕 중심가인 맨하탄에 10년 전 한화로 8000억 원에 매입한 건물을 2000억 원에 매물로 내놓았는데도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부실은 중소형 은행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해와 내년이 더욱 위험한 시기다. 미국의 부동산 대출이 일반적으로 5년 고정금리로 실행되는데 기준금리가 0%대이던 코로나 위기 때 매입한 상업용 부동산들이 늘어난 이자와 공실을 견디지 못하고 대거 매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서늘한 상황은 한국 상가건물의 앞날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남의 일처럼 생각할 수 없다. 국내 최대 상권인 강남대로의 상가 공실률이 올해 1월 기준으로 9.9%에 달하고 있고 상가 경매 건수는 작년 같은 분기 대비 올해 1분기에 무려 79%가 늘어났다. 경기 불황을 감안하더라도 이 같은 수치는 상가 부동산의 몰락의 시대가 다가온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비틀거리는 한국경제에 설상가상 더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상가 부동산이 정상을 찾기 위해서는 경기가 살아나고 이자율이 떨어져야 하는데 아직은 요원해 보인다. 여기에 배달 플랫폼의 발전과 나 홀로 문화의 확산, 인구감소 AI 과학의 진보도 상가 공실률에 가속도를 붙일 것이 확실하다.

불과 몇 년전 만해도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농담이 유행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으로 보면 건물주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난의 행군을 감내해야 할 것 같다. 인구감소와 함께 문화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상가건물의 과거 영화는 영원히 되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