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126-3>봉선동은 어떻게 ‘광주의 대치동’이 되었나
2000년대 초반 택지조성 본격화
대학병원·법원 종사자 이주 늘어
고소득가정 자녀 교육에 관심 커
학교·학원 몰리며 땅값 큰폭 상승
2024년 06월 30일(일) 18:01
지난 26일 광주 남구 봉선동 학원가 일대에서 학부모들이 학원을 마친 자녀들을 태우기 위해 차량에서 기다리고 있다. 나건호 기자
광주 대표 사교육 밀집구역인 남구 봉선동. 타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학원 건물이 많은 이곳은 광주 내에서도 땅 값, 집 값이 비싼 편이다. 봉선동에는 서울 대치동에 버금가는 대학 입시 학원가들이 밀집돼 있고, 고소득자와 고가의 아파트들이 대거 몰려 있다. 봉선동은 ‘부촌’이라는 명성과 함께 유명 학원들에 이어 최근 고급스런 먹자골목 형성으로 지역 최고의 상권으로 부상했다. 봉선동에 ‘광주의 강남’, ‘광주의 대치동’ 이란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40여년 전만해도 농촌에 불과했던 이곳에 변화의 바람이 분건 1980년대부터였다. 당시엔 주택용지 위주 공급으로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이 많았다. 아파트는 주로 봉선시장 근처에 있었는데, 건축된 지가 오래됐고, 주택 위주여서 상업지역 또한 거의 없었다.

노후된 환경탓에 택지조성사업 대상지로 선정됐고, 정주여건 개선 작업이 시작됐다. 2002년 봉선2지구의 개발이 본격 시작됐다. 신흥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주거지역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2013년에는 오래 방치된 화니백화점 건물에 남구청이 들어오고, 봉선로를 따라 브랜드 아파트가 하나 둘 조성됐다. 봉선2동으로 치우쳤던 인구도 어느정도 분산됐다.

여기에 상권 활성화를 위해 봉선시장을 중심으로 각종 지원대책이 추진됐다. 오래된 단독주택을 허물고 새로 고급주택을 짓거나 상업용도로 개조해서 카페, 레스토랑으로 영업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정주여건이 개선되자 인구가 몰렸다. 차로 20분 거리 이내에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등 대형병원과 법원이 위치해 있어 의사와 전문직 종사자들의 이주가 늘었다.

전문직 계열의 고소득자가 모이자 시선은 자연스레 자녀 교육으로 향했다. 봉선동 일대 곳곳에는 학교도 많이 포진돼 학원도 덩달아 몰렸다. 학교 주변이라 유흥업소 영업 등은 규제를 받았다. 거주여건이 향상되고 교육환경도 좋아지면서 자연스레 땅값이 올랐다.

이 때문에 봉선동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도로인 봉선로를 경계로 도로 남쪽은 ‘봉남’, 북쪽은 ‘봉북’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봉북은 구도심으로 봉남에 비해 비교적 낙후된 지역이다. 2000년대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들이 주로 포진됐다.

봉남은 작은 대치동, 광주의 8학군, 사교육의 성지, 전문 직업군(의사·법조인·기업인 등) 밀집 동네로도 유명해졌다. 집값은 물론 전셋값조차 웬만한 중산층이라 할지라도 감당할 수 없어 봉남에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 사교육 광풍에 지역이 갈라진 것이다.

봉선동에서 공인중개사를 하는 강경만(40)씨는 “초등학교가 한 군데에 모여 있는 곳이 많지 않은데 봉선동에는 불로초, 조봉초, 유안초, 봉선초등학교가 도보 10~16분 거리로 가깝게 위치해 있다”며 “학교보건법 시행령 제3조에 따라 학교에서 직선거리 200m 이내에는 숙박업소, 유흥시설 등이 들어서지 못하기 때문에 각종 학원들이 자리를 잡게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초등생·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자녀의 학업을 위해 봉선동으로 이사를 온다”며 “요즘에는 학원 버스도 마련이 잘 돼있어 수완지구 등 거리가 먼 지역 학생들도 봉선동으로 학원을 다니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공인중개사 김모(68)씨는 “근처에 대학병원이 두곳이나 있어서 의사들이 많이 살고 있다. 자녀들 또한 의사로 키우는 부모들이 많았고, 계속 거주하다보니 자연스레 부촌이 형성됐다”며 “한전이 나주혁신도시로 오면서 이주한 직원들이 나주에 정착하지 않고 학원이 좋은 봉선동으로 대거 들어왔다. 그탓에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전모(65)씨는 “아무래도 전문직 종사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라 자녀 학력 향상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며 “학원가 인근에 자녀를 기다리는 학부모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음식점, 카페, 은행 등 편의시설도 잘 마련돼 있어 인기가 많은 지역이다”고 설명했다.
송민섭·정상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