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엽기적인 캠페인’
이용환 논설실장
2024년 06월 27일(목) 17:17
이용환 논설실장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는 누구보다 파리와 센강을 사랑했다. 1862년 출간된 대표작 ‘레미제라블’의 주 무대도 센강이었다. ‘센강이 사회적 불평등의 상징이면서, 자유를 위해 싸운 시민들의 용기와 희생을 지켜본 침묵의 증인이었다’는 게 위고의 회상이다. 빈부격차가 극명했던 프랑스 혁명 시기.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그가 직접 목격했던 센강에 대해서도 이렇게 묘사했다. “센강 한쪽에는 화려한 궁전과 부유한 사람들의 저택이 늘어서 있었지만, 다른 한쪽에는 어두운 골목과 빈민가가 자리잡고 있다. 강물은 그들 사이를 흐르며, 마치 두 세계를 나누는 것처럼 보였다….”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발원해 영국해협으로 흘러가는 센강은 파리의 상징이면서 시민들의 자부심이다. 그 중에서도 ‘센강을 가장 파리답게 만드는 것’은 센강 한복판에 자리잡은 시테 섬이다. 서울의 여의도처럼 강 가운데에 있는 시테 섬은 파리의 발상지면서 지금도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다. 노트르담 대성당과 생트 샤펠 성당, 프랑스 혁명기 마리 앙투아네트가 최후를 맞았던 콩시에르즈리 궁전 등도 이곳에 있다. 좁은 골목을 따라 이어지는 작은 상점들도 센강을 닮은 듯 부드럽고 온화하다.

센강은 또 파리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구심점이었다.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원천이기도 했다. ‘파리의 다리’를 탄생시킨 빈센트 반 고흐나 ‘일요일 오후의 퐁뇌프’를 그린 앙리 루소는 센강을 배경으로 활동했던 대표적인 작가였다. 시인 샤를 보들레르와 빅토르 위고, 알렉상드르 뒤마 등 문인들도 센강 연안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었고 센강을 배경으로 불후의 명작을 탄생시켰다. 화가 클로드 모네는 이런 센강을 두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아름다움의 원천’이라고 했다. ‘풀밭 위의 점심식사’로 유명한 에두아르 마네도 센강을 ‘파리의 현대적 삶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다.

파리올림픽을 한달여 앞두고 프랑스 파리에서 ‘센강에 똥을 싸자’는 엽기적인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센강에서는 이번 올림픽에서 수영 등의 경기가 치러지지만 세균이 기준치를 초과하고, 깨끗한 강을 위해 투입된 막대한 예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과 루브르 박물관, 에펠 탑, 베르사유 궁전 등이 산재한 유서 깊은 센강. 1991년 ‘파리의 센 강변’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지정됐던 그 아름다운 강변에서 벌어진 ‘엽기적인 캠페인’이 딱한 일이다. 이용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