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굿윌’의 나눔
이용환 논설실장
2024년 06월 06일(목) 17:50
이용환 논설실장
“일자리는 최고의 복지입니다.” 지난 2013년 2월,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서울 도봉구의 한 장애인 자립형 근로사업장을 찾아 방명록에 서명했다. 중증장애인 31명이 자활의 꿈을 키워가던 이곳은 기업이나 개인의 물품 등을 기부 받아 다시 판매하던 ‘굿윌스토어’. 일자리와 복지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던 박 전 시장은 이날 축사에서도 “재활용 활성화와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제가 꿈꾸는 ‘리사이클 도시, 서울’의 모습.”이라고 했다. 시장에 당선되기 전, 미국 굿윌 본부를 방문해 한국에서 굿윌을 시작해보겠다고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1902년 미국 감리교 에드가 헬름스 목사가 창업한 굿윌은 이민자와 가난한 이웃에게 기증물품 판매를 위한 일자리를 제공했던 게 첫 걸음이었다. 이후 1919년 미국 15개 도시로 전파됐고, 지금은 미국과 캐나다에 165개 지부와 3300개가 넘는 매장이 설립됐다. 2017년 기준 매출액도 6조 9065억 원으로 이익의 83%가 장애와 일자리를 갖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사용된다. 사회적기업 모델로 매 45초마다 한 사람에게 취업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도 굿윌의 자랑이다.

굿윌의 사명은 ‘장애인이 일을 통해 행복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익이 아닌 봉사를, 자선이 아닌 기회를, 문화와 종교, 연령에 관계 없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섬기겠다는 3가지 기준도 마련됐다. “지속적으로 외연을 확대해 전국 100개 매장을 통해 3000여 명의 발달장애인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싶다.”는게 밀알복지재단 굿윌본부를 이끄는 한상욱 본부장의 꿈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누리는 ‘일상’을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똑같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목표다.

지난 4월 우산점에 이어 5월 광주 MBC옛터에 개점한 광주의 굿윌이 안착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현재 두 곳의 매장에는 장애인 직원 10명과 비장애인 직원 6명 등이 ‘남은 부스러기를 다 모으고, 조금도 버리지 말아라’(요한복음 6장 12절)는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다. 열심히 일해서 부모님께 효도하고 미래를 위해 저축도 하고 싶다는 장애 직원, 장애인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비장애 직원, 그리고 그들을 돕는 후원자까지. 굿윌의 섬김과 나눔이 우리 사회의 찌든 얼굴을 밝고 희망차게 바꾸고 있다. 이용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