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산유국의 꿈
김성수 논설위원
2024년 06월 04일(화) 17:34 |
김성수 논설위원 |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비산유국’일까? 많은 양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은 ‘세계 95번째 산유국’이다. 울산 동남쪽 58km 해상인 ‘동해-1 가스전’에서 양질의 천연가스가 발굴됐다. 이곳은 2004년 생산이 시작된 우리나라 최초의 유전이 됐다. 놀랍게도 천연가스만 나오는 줄 알았던 동해-1 가스전에서 ‘콘덴세이트(condensate)’라 불리는 양질의 원유가 섞여 나왔다. 전체 생산량의 90%는 천연가스였고 10%가 원유였다고 한다. 석유공사 자료에 따르면 동해-1 가스전에서는 하루 평균 5000만 ㎥의 천연가스와 1000배럴의 원유가 나온다. 천연가스는 하루 34만 가구 공급 , 휘발유 상태의 원유는 자동차 2만대를 운행할 수 있는 양이다. 특히 울산앞바다 동해-1 가스전은 약 2조 원의 부가가치를 가져다 준 것으로 분석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의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 140억 배럴은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다. 경제효과만 1조4000억 달러(약 1900조 원)에 달한다고 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시추를 통해 매장량을 확인한 것도 아닌데 너무 섣부른 발표로 봤다. 전문가들은 발굴 확률도 20%라는 입장이다.
삼국유사에 ‘경주 일대에서 사흘 동안 불길이 솟았다’는 역사적 기록이 있다. 또한 지질 조사 결과 포항 지역은 신생대 제3기층(석유가 주로 나오는 퇴적층)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으로 인해 늘 석유 매장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동해바다에서 원유와 천연가스를 뽑아낼 수 만 있다면 국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반면 발굴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호들갑도 금물이다. 또다시 ‘산유국의 꿈’이 신기루처럼 왔다 가지 않을까 걱정만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