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운전’vs‘계획살인’…진도 저수지 살인 진실은
법원, 21년만에 명금저수지 현장검증
검찰 '운전중 조향' 고의성 사고 주장
변호인 “당시 상황 재연 어려워 한계”
피고인 무기징역 확정 복역 중 사망
2024년 06월 03일(월) 18:24
재심이 시작된 ‘진도 저수지 아내 살인사건’의 현장 검증이 3일 진도군 의신면 송정저수지(당시 명금저수지)에서 진행됐다. 김은지 기자
지난 2003년 아내를 살해한 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지난 4월 사망한 ‘진도 저수지 살인사건’ 장모(66)씨에 대한 재심이 진행 중인 가운데 사건 발생 21년 만에 법원의 현장 검증이 이뤄졌다.

현장검증에서는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이 주장하는 도로 방향에 따른 차량 추락 지점과 사고 당시 조향(고의성 여부)으로 인한 차량 입수 각도 등을 중심으로 사건 당시 주행을 재연했다. 장씨의 법률대리인 측은 고의성이 없는 졸음운전이라고 주장한 반면, 검찰 측은 원사건 그대로 살해 의도를 가진 고의적 조향으로 인한 사고라고 반박해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3일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1부(지원장 박현수)는 진도군 의신면 송정저수지(당시 명금저수지) 일원에서 무기수 신분으로 복역하던 중 사망한 장모(66)씨의 재심과 관련해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이날 검증은 운전자이자 피고인인 무기수 장씨(사망) 측이 주장하고 있는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의 가능성과 검찰 측 주장인 ‘살인’의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사고 현장에서 실시된 검증에는 검찰 측과 변호사 측, 재판부, 도로교통공단 관계자, 증인 등이 참석했다.

사건 재연에 앞서 재판부는 사고 발생 당시 차량 인양작업을 했던 잠수부의 증언에 따라 추락 지점 위치를 파악했다.

이어 장씨의 법률대리인 박준영 변호사와 검찰 측은 사건 당일 차량과 유사한 화물차를 준비해 다양한 상황에 입각, 사건 당시 주행을 재연했다. 재연 주행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출발지인 약수터부터 피고인 측에서 졸음운전이 시작됐다고 주장하는 삼거리, 저수지 사고 지점까지 진행됐다.

현장 검증을 마친 검찰 측은 “원심 주장과 동일하게 검찰은 피고인 장씨가 고의성을 가지고 좌조향을 해 차선이 끝나는 지점까지 도달,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사고 발생 지점 이전까지의 도로 여건 상 높낮이가 심하고 조향을 해야 하는 구간이 10여개 이상 반복되기 때문에 졸음운전으로 인해 사건 지점까지 도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피고인의 집으로 향하는 방향이 사고 발생 지점과 반대이기 때문에 도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점을 미뤄 봤을 때, 의도적 좌조향이 없는 직선 조향으로는 추락 지점까지 이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검찰 측의 주장에 장씨의 법률대리인 박준영 변호사는 “졸음운전의 경우 다양한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사건 당시 야간, 특히나 왕복 2차선 지방 도로에서 차선을 지켜 주행했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며 “추락 지점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졸음운전을 했는지, 의도적 조향을 했는지는 이날과 같은 현장 검증으로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검증이라면 과학적이어야 하는데 사건으로부터 21년이 지나 도로 지형까지 바뀐 상황에서 실제 상황 그대로 재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박 변호사는 “특히 최초 발견 시에도 사고 차량이 수중에서 20m 이상 움직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조향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피고인 장모씨는 지난 2003년 7월9일 보험금을 노리고 저수지에 차를 추락시켜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 징역을 선고받았다. 사건 당시 경찰은 장씨에게 살인 혐의가 아닌,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로 송치했다. 장씨의 계획 살인 증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장씨가 가입한 다수의 보험상품 등 8억8000만원의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살해했다고 판단, 살인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장씨는 사건 발생 2년 뒤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이후 2009년, 2010년, 2013년 재심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장씨는 박 변호사와 전직 경찰관의 도움을 받아 올해 1월 대법원으로부터 재심 개시 결정을 받아냈지만, 해남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지난 4월2일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한편 재판부는 해당 사건의 재심 공판기일을 7월15일로 확정했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