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폐과로 인한 교수 면직 무효"…법원, 2심도 기각
직권 면직 광주여대 교수
대학 상대 항소심서 승소
2024년 06월 02일(일) 17:30
광주지방법원 전경
대학 구조조정으로 폐과 대상이 된 학과의 교수를 강의과목 변경 시도도 없이 면직 한 것은 무효라고 법원 결정이 나왔다.

2일 광주고법 제2민사부(김성주·최창훈·김진환 고법판사)는 중국 국적의 교원 A씨가 학교법인 송강학원을 상대로 낸 직권면직무효 확인·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직권면직 처분을 원심대로 무효로 보고, A씨에게 1억8000여만원의 면직 후 미지급 임금과 지연손해금을 배상하라고 법인 측에 주문했다.

중국 국적인 A씨는 2000년 3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송강학원이 운영하는 광주여대의 5개 학과(국제관광학부·동양어문학과·중국어과·대체요법학과·대체의학)에서 전임강사 또는 조교수로 일했다.

A씨는 2017년 재임용이 거부되자 거부 처분 무효 소송을 내 승소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교무처장이었던 교원은 학교 측의 입장에 서서 법정에서 위증했다가 벌금형 처벌을 받기도 했다.

2020년 2월 복직한 A씨는 2022년 2월까지 대체의학과 조교수로 근무했으나, 학교 측은 학과 모집단위·정원 조정을 추진하던 2019년 3월 대체의학과 폐과를 결정, 공포했다.

당시 대체의학과 조교수였던 A씨는 과 폐지 과정에서 소속 학과 변경심의위원회 1·2차 심의(전공 적합성, 연구 교육 업적 우수성, 학교 발전 기여 계획 등)를 받았다.

심의 결과 A씨는 기준 점수에 미치지 못해 지난 2022년 2월 직권 면직 처분됐다.

비슷한 처지에 있던 다른 교원들은 급여 삭감과 자기계발을 하겠다고 나서 학과 변경 신청 재심사를 거쳐 면직은 면했지만, A씨는 재심사 신청을 하지 않았다.

A씨는 “대학 측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고, 평등원칙에도 위배돼 처분의 효력이 없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당시 여러 학과가 폐과 대상에 올라 직권 면직 대상자는 11명에 달했는데, 실제 면직된 사례는 A씨가 유일한 점에 주목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급여 감축·자기계발 이행 계획 등 제안서를 내지 않았다는 사정 만으로 관련 심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교원의 신분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합리·객관적인 기준과 근거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다른 면직 대상 교원들은 ‘급여 20% 감축’, ‘전과에 따른 자기 계발 계획 이행’ 등을 약속하는 방식으로 학교에 남게 됐으나 급여 감축 등을 약속하는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은 A씨만 면직됐다.

대학 측은 학과 변경 심의위원회의 평가를 근거로 A씨에 대한 면직을 결정했는데, 재판부는 해당 평가도 객관적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봤다.

1·2심 재판부는 “급여 감축 제안서를 내지 않았다고 재심사 등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교원의 신분보장 차원에서 합리적이고 객관적이지 않았다”며 “다른 학과로 재배치하는 방법으로 직권면직 처분을 회피할 가능성이 있었는데도 해당 처분은 자의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