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2023년 일본개황’
박성원 편집국장
2024년 06월 02일(일) 15:25
박성원 국장
외교부가 비정기적으로 발간하는 주요국가 관계 정보 중 일본판, 즉 ‘일본개황’은 일본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한일 외교관계 등을 담고 있다. 외교부가 지난해 개정한 ‘2023년 일본개황’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직전에 발간된 ‘2018년 일본개황’ 등에는 상세히 기술됐던 일본 정치인들의 과거사 발언과 역사 왜곡에 대한 내용이 대폭 삭제되고 축소됐기 때문이다.

2023년 일본개황을 살펴보면 맨 앞 페이지에 일본 국기(國旗), 국가(國歌)가 소개돼 있고 △일본의 정치제도 △대외관계 △방위·안보 △경제 △한·일 관계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총 223쪽이다. 2018년 일본개황(379쪽)과 비교하면 양도 대폭 줄었지만, 30여 쪽에 달하는 ‘일본의 과거사 반성·역사왜곡 언급 사례’ 항목이 빠진 것이 눈에 띈다. 역사왜곡 언급 사례에는 1951년부터 2018년까지 일본 주요 인사들의 왜곡 발언이 표로 요약·정리돼 있다. 일본 총리, 외무대신, 관방장관 등 구체적인 발언자와 시기도 나와 있다. 일본이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현 기시다 총리가 외무대신이던 2017년 3월 29일 중의원 외무위에서 “독도는 국제법상 또는 역사적인 관점에서도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점은 분명히 밝혀졌음. 반드시 계속하여 외무성은 이러한 입장에 근거하여 국제법에 준하여 냉정 그리고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임” 등의 발언이 담겨 있다.

공교롭게 2023년 일본개황이 발간된 날짜는 지난해 3월15일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 하루 전날이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과거사 문제를 외면하고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정부 기조가 일본개황 개정에 반영됐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 등 일본의 망언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의 공식 발간물인 일본개황에 일본의 과거사 왜곡 내용이 사라진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과 일본이 불행한 역사를 딛고 상호 협력하는 것은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의도적으로 지우려는 시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역사는 과거의 사건들로부터 교훈을 얻어 미래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지침서다. 정부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