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정화>시민과 함께, 다시 책으로
정정화 광주교육협치위원·전 광주학부모독서연합회장
2024년 05월 30일(목) 17:08
정정화 광주교육협치위원·전 광주학부모독서연합회장
5월 초 한국독서치료학회에서 주관하는 춘계학술대회에 참석했다. 기획주제 가운데 하나인 ‘독서를 통한 시민 연대 - 원북(One Book) 운동 20년 반추’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부산대 교수님이 주제 발표를 하셨는데 부산은 2003년부터 원북(One Book) 운동을 추진해 20년 동안 규모 있게 이어져 오고 있었다. 진행되어 온 과정을 듣는 내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타임머신을 타고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았다. 광주의 독서 열기는 대단히 뜨거웠다. 차곡차곡 쌓아온 ‘독서의 생활화 교육’ 덕분에 실력 광주의 위상을 전국에 떨쳤고, 학부모독서회 역시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함께 모여 책을 읽고 토론하는데 그치지 않고 책을 읽어주는 활동으로 한 단계 도약했다. 엄마가 먼저 읽고 감동한 책을 교실에 들어가서 아이들에게 직접 읽어준 것이다. 2003년 태봉초등학교에서 시작된 책 읽어주기 활동이 2005년에는 52개 초등학교에서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책 읽어주기 활동’으로 확산됐다.

책 읽어주기 활동에 따른 성과를 발표하는 광주학부모독서회 연합세미나를 2006년 2월에 열었는데 주제가 ‘미래의 광주 책 읽는 고을’이었다. 그때 벌써 우리는 시민과 함께 책 읽는 도시를 꿈꾸고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교육청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부산의 경우 교육청과 함께 산하 도서관이 주관하고 지역 언론사와 지역은행이 꾸준히 지원하였기에 20년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3월 광주교육시민협치진흥원 개원식 때 “광주교육의 자존을 회복하는 진흥원이 되겠다.”는 원장님의 말씀에 순간 울컥했다. 광주의 독서교육을 위해 뭔가 일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께서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며 지대한 관심을 갖고 계신다는 것이다. 광주시교육청 진로진학과 진로팀에서 ‘독서교육 내실화 추진 계획’을 야심차게 기획해 놓고 있었다. 기획 자료를 살펴보니 홍보·일반화 계획의 일환으로 ‘~일반시민대상 독서교육 인식 확대’ 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20여 년 전 꿈꿔왔던 범시민독서회를 만들 때가 된 것 같은 의무감이 밀려왔다.

시교육청과 함께 광주시청, 5개 지자체가 공동목표를 내세우고 의지를 다져간다면 어려울 것이 없을 것 같다. 각 도서관별로 운영되고 있는 기존 독서모임과 새롭게 태동할 독서모임이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독서회 운영을 위해 약간의 재정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공공성과 자발성이 조화를 이루면서 성장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왜 범시민 독서모임이 필요한가? 우리는 광주라는 공동 공간에서 함께 살고 있다. 디지털 매체에 매몰돼 사람간의 관계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자본과 기술의 시대에 인간의 마음을 다독이고 재설정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책을 매개로 마음을 나누고 생각도 나누면서 세대 간 소통은 물론 다양한 계층과 소통할 수 있다. 이는 곧 지역사회 통합의 동력이 될 것이다. 요양원에 가서 책 읽어주기 봉사, 같은 책 여러 번 읽기, 낭독하기, 필사한 후 생각나누기, 마음 헤아리기 등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함께 읽으면서 동반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면 지금껏 해왔던 경험을 공유하고 얼마든지 함께하고자 한다. 연령 구분 없이 누구나 읽을 수 있고, 접근하기 쉬운 책으로 시작하면 좋겠다. 책 읽는 즐거움을 충분히 누릴 때까지 모든 전제 조건을 배제한 채 독서가 즐거움의 원천임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을 최우선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 다음은 저절로 풀리게 돼있다. 광주시교육청의 ‘다시 책으로’ 프로젝트를 통해 머지잖아 상서로운 소식이 전해질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