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자도 모르게 공공미술 그래피티 벽화 철거
구헌주 ‘파라솔과 어린이’ 등
대인시장 공공미술프로젝트
3년간 유지보존 이전에 철거
“작가 창작물 쉽게 훼손 불쾌”
2024년 05월 27일(월) 17:16
대인예술시장 공공미술프로젝트로 완성된 18년차 그래피티 전문 화가 구헌주 씨의 작품(왼쪽)이 원작자 모르게 철거, 다른 작품으로 대체됐다.
광주 동구 대인예술시장 내 공공미술 벽화 작품이 원작자 모르게 다른 그림으로 대체되는 일이 벌어져 논란이다. 18년차 그래피티 전문 화가 구헌주 씨는 최근 지인을 통해 황당한 연락을 받았다. 광주시 주관 대인예술시장 공공미술프로젝트로 작업한 벽화 작품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전면 철거되고 새로운 작품으로 대체됐다는 연락이었다.

광주시는 매년 공모를 통해 대인예술시장(남도달밤야시장 개최) 운영단체를 선정하고 있는데, 구 작가는 지난 2021년 11월 당시 대인예술시장 운영단체 ‘안다미로’와 협의 후 공공미술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프로젝트는 아티스트로서 시장 내 공공미술을 창제작하는 내용으로, 그는 정승원 작가와 함께 대인예술시장 주차장 벽체에 △파라솔과 어린이 △회적목마 △Time-collabo 등 3개 작품을 완성했다.

당시 구 작가가 체결한 작품 유지·보존을 위한 책임 관련 계약 내용은 ‘3년 일몰제’다. 즉 작품 설치 완료 이후 3년부터 작품에 대한 권리가 시장상인회로 이관돼 작품 철거가 임의로 가능하지만, 구 작가 작품은 3년이 채 되기 전 지난해 12월 작품이 삭제되고 다른 벽화 작품으로 대체된 것이다.

그 사이 광주시 공모를 통해 대인예술시장 운영단체가 변경됐는데, 해당 계약에 관한 내용이 전달되지 않고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행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현재 주차장 벽체에는 똑같은 벽화 형태로 다른 작가의 작품이 그려져 있다.

구 작가는 “광주시나 사업 담당자 통해서 철거에 대한 사정을 전해 들은 것도 아니고 이미 작품이 전면 삭제된 이후 나중에서야 지인을 통해 ‘작품이 없어졌다’고 소식을 들어 당혹스러웠다”며 “원작자와 상의도 없이 작품을 훼손했다. 그래피티 작품을 광고 부착 출력물 수준으로 취급당한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약 내용 이전에 작품 존치와 관련된 문제인 만큼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매년 공모를 통해 대인야시장 운영단체를 선정하다 보니, 계약 기간 중간에 운영단체가 변경되면서 문제가 생겼다”며 “앞으로 주관단체로서 공공미술과 관련된 내용에 누락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대인예술시장 운영팀인 ‘일도시연구소’ 관계자는 “작가의 작품을 임의로 훼손시킬 의도는 없었다. 이런 일이 벌어져 원작자에게 사과를 전했다”며 “벽화가 그려진 벽체가 훼손되고 사유지 문제 등과 겹치면서 상인들의 의견을 수용해 벽화를 수정했어야 했다. 계약 내용을 알았다면 미리 연락을 취했을텐데, 이전 예술시장 운영팀으로부터 개인정보 등에 대한 계약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