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김동철 사장 "정부, 전기요금 정상화 시급"
자산매각·희망퇴직·자회사 중간배당 등
"자구책으론 누적적자 감당 한계 봉착"
고유가·고환율로 재무적 불확실성 여전
"업계 동반 부실…국가산업 갱쟁력 약화"
2024년 05월 16일(목) 16:24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16일 세종에서 취재진을 만나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뉴시스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정부에 최소한의 전기요금 정상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동철 사장은 이날 오전 세종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자구책을 강구했으나 한전의 노력만으로 대규모의 누적적자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했다”며 입을 열었다.

정부를 향한 전기요금 조정 요청에 앞서 자구노력에 최선을 다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사장은 “지난 2년 간 자산매각과 사업조정 등으로 7조9000억원의 재정건전화 실적을 달성하고 정부와 함께 노력해 구입전력비 7조1000억원을 절감했다”며 “구입전력비도 2조2000억원 절감했으며, 임금반납과 희망퇴직 등도 이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한전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8일까지 입사 4년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신청접수 결과 150명의 희망퇴직자 선정에 두 배가 넘는 369명의 신청자가 몰리며 접수자가 적을 것이라는 업계 예상을 뒤엎었다.

이어 지난 연말 시행했던 자회사 중간배당이라는 창사 이래 특단의 대책도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한전채 한도 발행에도 불구하고 운전자금과 결제대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자 자회사들에게서 3조2000억원을 중간배당받는 식으로 한전채 신규 발행 한도를 늘린 바 있다.

김 사장은 한전의 자구노력으로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지만 고유가와 고환율로 재무적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최근 3년 간 글로벌 에너지 위기 당시 이탈리아는 전기요금을 700%까지 인상하고 영국에선 174% 인상했지만 30여개 전력판매사업자가 파산했다”며 “프랑스는 적자를 견디지 못한 EDF(프랑스 국영전력회사) 지분의 100%를 완전 국유화했을 정도”라고 부연했다.

김 사장은 “요금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폭증하는 전력수요에 대비한 전력망 투자와 정전고장 예방에 소요되는 필수 전력설비 재원조달은 더욱 막막해질 것”이라며 “전기요금 정상화 없이는 한전과 전력산업을 지탱하는 협력업체와 에너지혁신기업 생태계의 동반 부실로 이어진다. 이와 같은 사태는 결국 국가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지현 기자·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