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길 시즌2’ 광주선 철도 지하화 사업 본격화
시, 지하화·상부 개발안 용역
광주역∼광주송정역 14㎞ 구간
소음·진동··도심단절 해소 기대
“국토부에 국가계획 반영 요청”
2024년 05월 13일(월) 18:25
광주역 전경.
광주시민들의 염원인 ‘푸른길 시즌2’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광주시가 도심을 남북으로 갈라 도시발전을 저해하는 광주선 철도의 지하화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역의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기존 푸른길을 연결하는 생태축과 광주역~송정역 구간 철도 노선을 폐지하고 푸른길로 활용하자’는 바람이 현실화 된 것이어서 지역민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3일 광주시는 광주선 철도 지하화 및 상부 개발방안 수립 용역을 발주했다고 밝혔다.

광주선은 국가철도로 광주역~광주송정역까지 약 14㎞의 지상 구간으로, 광주 도심을 가로지르고 있다. 이 때문에 철로 주변 주민들은 소음과 진동에 시달렸고, 안전사고 위험, 지역 단절에 따른 도시발전 저해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본보 2023년 11월6일자 3면>

광주시는 이번 용역을 국비 20억원을 투입해 추진하며, 6월 3일까지 기술제안서를 접수받는다. 자세한 입찰 일정 및 참가서류는 국가종합전자조달(나라장터)이나 광주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철도 지하화 사업은 지난 1월 제정된 ‘철도 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철도지하화 특별법)’에 근거해 추진한다. 이 특별법은 도심 단절과 소음 등 생활불편을 초래하는 지상철도를 지하화하고 상부 공간을 개발하는 내용으로, 내년 1월 31일부터 시행된다.

국토부는 특별법에 따라 내년 12월까지 종합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국유재산인 철도부지를 정부 출자기업 등 사업 시행자에게 출자하고, 시행자가 이를 근거로 채권을 발행해 지하화 비용을 우선 조달한다. 이후 상부 개발을 통해 얻게 된 수익으로 채권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실제 이 노선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이들이 ‘폐지’를 요구해왔다. 이는 광주역~송정역 구간을 이용 실태가 너무 저조하기 때문이다.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5년 4월 KTX 송정역이 개통된 이후 광주역에는 용산행, 목포행 등 3개 일반 철도 노선이 하루 20회 운행되고 있다.

그러나 2022년 광주역 여객 수송 실적으로 산출한 1회당 이용자는 광주↔용산 새마을호 47명, 광주↔용산 무궁화호 40명, 광주↔목포 무궁화호 9명, 광주↔송정 셔틀열차 16명으로 총 112명이다.

또 2023년 12월 셔틀열차가 중단되면서 이용객은 100명에도 못 미치게 됐다.

이 때문에 이용객 수가 많지 않은 광주역~송정역 간 철도를 푸른길 폐선 부지처럼 없앤 뒤 해당 구간을 푸른길로 연장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10월 열린 ‘광주역~송정역 도심 철도 노선 폐지와 폐선 활용 방안 등에 대한 정책 제안·토론회’에서는 광주역 폐지 근거와 노선 폐지 시 폐선 부지 활용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당시 토론회를 주도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법률특보인 박균택 변호사(현 민주당 국회의원 광산갑 당선인)는 창업과 중소벤처단지, 역사·문화시설 등이 들어서는 광주역 복합개발사업이 ‘2030광주시 도시 기본계획’에 반영돼 용역 중인 점을 광주역 폐지 근거로 내놨다. 또 철도변 거주자 위주로 ‘광주역~송정역 노선 폐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현 노선의 문제점을 알리고 활용 방안을 마련하는 주민 정책 토론회 등을 열 것을 제안했다.

이밖에 다른 토론자 역시 푸른길 산책공원, 생활체육 시설, 공연장, 청소년 레일바이크 공간, 조망 시설 설치 등 다양한 시민공원 조성 방안 등을 폐선 부지 활용책으로 제시했다.

윤희철 푸른길가꾸기운동본부 집행위원은 “도시철도 2호선이 개통되고 지하철로 송정역까지 가는 상황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당연히 (광주역) 무용론을 이야기할 것이다”며 “광주역 구간을 푸른길로 바꾸는 생각에 대해 누구나 쉽게 동의하는 등 가시화된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향후 국토부의 철도 지하화 추진 일정에 맞춰 단계별로 대응할 계획이다.

먼저 용역을 통해 지하화 방안과 상부개발 구상을 수립한다. 이 과정에서 지하화 비용을 상부개발 이익으로 충당할 수 있는 구간을 발굴한다.

또 전문가, 관련 기관, 자치구 등과 전담팀(TF)을 구성하고, 지역주민 및 이해 관계자 등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배상영 광역교통과장은 “철도 지하화는 남북 교통망을 연결하고 낙후된 지역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용역을 통해 최적의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국가종합계획에 반영할 수 있도록 내년 5월께 국토부에 제안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노병하 기자 byeongha.no@jnilbo.com